"일과 육아, 왜 하나만 선택하죠?"…'경단녀' 없는 스웨덴, 비결은

스톡홀름(스웨덴)=김지현 기자 2023. 6. 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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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행복한 나라-스웨덴]②보육료 가구소득 3% 이하 차지·GDP 2% 투자
[편집자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내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우리나라와 달리 최근 들어 1.5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독일과 스웨덴의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게 혜택이 더 크고 행복하다는 두 나라엔 공통적으로 탄탄한 가족정책과 성평등 인식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여성가족부의 미래 역할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우리 사회가 곱씹어볼만한 모범사례가 있는 현지에서 모색해봤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평일(목요일) 오후 4시가 안 된 시간이었지만 도로 위는 퇴근 중인 차량으로 붐볐다. 거리에는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퇴근하거나, 가족이 함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 35년간 거주한 최연혁 린네대 교수는 "이곳 직장인들은 보통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보통 업무가 끝난 뒤엔 가정에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웨덴의 일상이란 얘기다.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2020년 기준 78.3% 정도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맞벌이 부부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도 꼽힌다. 그런데도 수년째 합계출산율 1.5~1.6명대를 유지하는 비결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만 25~54세 여성 10명 중 4명이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지난해 여성가족부를 통해 나왔다.
18개월까지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게 원칙
스웨덴 가족정책의 핵심은 부모 모두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필요가 없게 만든 것이다. 니클라스 뢰프그렌(Niklas Lofgren) 스웨덴 사회보험청 대변인은 "스웨덴에선 전업주부(housewife)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라는 뜻의 '바바'와 '일하다(jobba)'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보바(bobba)' 등 일과 가정의 양립과 관련된 용어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웨덴에선 출산 전후 주어지는 480일간의 휴가를 엄마와 아빠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휴가에 따른 소득대체율도 80%에 달하다 보니 18개월 미만 영아 중 보육시설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저조하다. 두 살이 되기 전까진 최대한 부모가 직접 자기 손으로 키우고 시간을 보내는게 스웨덴의 양육 문화다.

아이가 아파 연차를 내거나, 유치원에 데리러 가야 해 일찍 퇴근할 때도 눈치 보지 않는다. 최 교수는 "예전에 한 부처 장관이 외빈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급히 아이를 탁아소에 데리러 가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약 2시간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돌아온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게 특이한 에피소드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가구소득 3% 이상 보육에 쓰지 않게 지원
영아 시기가 지난 뒤엔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 시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종일제 어린이집과 비슷한 푀르스콜라, 기관에 다니지 않는 아동이 부모와 함께 이용하는 개방형 푀르스콜라, 아이돌보미가 가정으로 방문해 아이를 돌보는 가정보육 등 다양한 선택지에 맞춰 아이를 맡기면 된다.

특히 개인이 비용을 거의 내지 않게 한다는게 핵심이다. 우선 18개월 이상에서 취학 전까지는 국가에서 반일제 무상보육을 제공한다. 여기에 모든 시설의 보육료는 가구소득의 3%를 넘지 않도록 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다수의 자녀를 탁아소·어린이집에 보내면 혜택이 더 커진다. 첫째 아이의 비용은 만 1~2세까지 부모 총수입의 3%(최대 20만원), 3~5세는 2%(최대 13만원)를 넘지 않게 하는데, 둘째 아이의 경우 1~2세는 부모 총수입의 2%(최대 20만원), 3~5세는 1%(최대 13만원) 이하로 더 적다. 셋째는 1~5세까지 모두 부모 총수입의 1%(약 7만원)를 쓰지 않도록 한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공보육 질에 대한 우려도 없다. 부모 부담 보육료를 제외한 시설 운영에 필요한 나머지 비용을 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어서다.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보육시설에 투자한 덕분에 보육시설의 80%가 공공보육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1~5세 아동 10명 중 9명이 이같은 공공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중장기적이고 통일성 있는 계획이 중요"
지난 7일(현지시간) 가족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스웨덴 사회보험청을 방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왼쪽)과 닐스 오베리 스웨덴 사회보험청장 /사진제공=여성가족부
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공교육은 대학을 포함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하는게 기본이다. 교육자료와 급식, 그 밖에 모든 부수적인 비용에 대해 학부모는 돈을 내지 않는다. 아이가 만 16세(학생은 20세 미만, 지적장애인은 23세 미만)가 될 때까지 매달 1520크로나(약 17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도 있다. 2명은 150크로나(약 1만8000원), 3명은 604크로나(약 7만2000원)가 추가로 지급된다.

사실 스웨덴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고민하게 된 건 여성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2차 세계대전 후 더 많은 여성이 나와 일하길 원했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제도와 시설 등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책을 통해 높은 고용률과 낮은 성별임금격차, 저출산 대책 등을 동시에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뢰프그렌 대변인을 포함해 스웨덴의 복지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이고 통일성 있는 계획'을 만드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 역시 수십년에 걸쳐 지금의 체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마르틴 안드리아손(Martin Andreasson) 스웨덴 고용부 양성평등 차관은 "향후에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 인식이 함께 달라졌을 때 변화는 일어나기 마련이다"고 조언했다.

스톡홀름(스웨덴)=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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