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트럼프 복귀땐 한반도 정책 다 바뀐다, 한국 핵무장 고려해야”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입력 2023. 6. 22. 05:31 수정 2023. 7. 3. 0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장교 출신 ‘군사 전략통’ 에이드리언 루이스 교수 인터뷰
“美 베트남, 아프간서 ‘방어 약속’ 못 지킨 역사 보라”
“동맹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건 안보 측면서 불완전”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무기에 대비해 핵 개발을 비롯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동맹에만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안보 측면에서 완전하지 않습니다. 핵 개발 고려는 한국 국민들의 안보를 위한 것입니다.”

미 육군에서 20년 근무했던 장교 출신 군사 전략 전문가 에이드리언 루이스(70) 교수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루이스 교수는 미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캔자스대·해군참모대 교수로 있다. 1970년 대 주한미군 근무 경험이 있다. 미 군사 역사·전략 및 국방 정책을 전공한 ‘군사통’으로 꼽힌다.

루이스 교수는 “북한은 이미 ICBM 능력을 확충했다. 이제는 지상·공중·해상에서 이른바 3대 핵전력(nuclear triad) 확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증가하는 북한의 핵 전력과 비교할 때 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그렇게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자신들의 안보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이유로 미국내 급변하는 ‘정치 상황’을 꼽았다. 루이스 교수는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미국에선 4년마다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진 행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뿐만 아니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했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정치 변화에 대해 준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 캔자스대·해군참모대의 에이드리언 루이스(70) 교수.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무기에 대비해 핵 개발을 비롯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한국으로서는 (특히) 미국의 정치 변화에 대해 준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루이스 교수

◇“美 한반도 공약 견고하지만, 방위 약속 지키지 못했던 역사 보라”

-과거 한미의 정책 입안자들은 조건만 맞으면 북한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말해보겠다. 첫째, 그들은 핵무기를 생산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자했다. 둘째, 핵무기는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지위를 상승시켰다. 핵무기는 북한을 세계 무대에 올려놨다. 김정은이 베트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을 생각해보라. 핵무기들은 북한에 엄청난 힘과 함께 세계 무대에 대한 지위를 부여해준다. 특히 2017년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본질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확충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왜 핵을 포기하겠는가?”

-북한의 핵 전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이 이미 ICBM 능력을 확충했다. 이제는 지상·공중·해상에서 이른바 3대 핵전력(nuclear triad) 확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그렇게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자신들의 안보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선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독자적인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핵 개발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견고하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를 보라. 그것(미국의 방어 공약)은 항상 지켜지지는 않았다. 미국은 10년 가까이 지속된 베트남전에서 5만8000여명의 미군 희생자를 내고 2000억 달러를 쓴 뒤 베트남을 포기했었다. 또 최근엔 아프가니스탄에 1조 달러를 투자하고도 (허무하게) 아프가니스탄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약속을 저버린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에 방위를 대가로 수많은 ‘청구서’를 들이밀었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김정은과 평화 협약을 맺으려고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방위 공약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킬 것이라고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한국의 안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트럼프 돌아오면 한반도 정책 급격히 바뀔 것...美 정치 변화 대비해야”

지난 1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베르사유 레스토랑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급격히 변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급격하게 바뀌지 않겠는가.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려고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 정책은 또 격랑이 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미국에선 4년마다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진 행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했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정치 변화에 대해 준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미국의 군사 역량 변화에도 주목했으면 한다. 미 육군은 계속해서 신병을 모집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작년에는 약 1만5000명 미달이었다. 사단 한 개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미 육군의 병력은 50만명 미만이다. (70년전) 6·25가 발발했을 때 미국은 60만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보다도 작다. 미국의 군대 규모가 계속 작아져서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요구되는 수요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있다. 50만도 안되는 미 육군 병력이 49만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이 미국 해군보다 규모에서 앞서고 있다. 성장 속도도 미국보다 더 빠르다. 함정 수도 뒤쳐졌다. 중국은 함선 약 355척을 보유 중인 반면 미국은 300척 이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공약하는 방위 약속과 별개로 스스로의 방위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한반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바라건대 국방부장관 등 그의 보좌관들이 그가 하고 싶어할 수 있는 큰 변화들 중 일부를 완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뉴욕타임스 매기 허버먼의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국이 핵을 개발하는데 전향적인 것처럼 보였다”라고 돼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핵보유를 하는 데 찬성할 것이라고 보나.

“한국은 주권 국가일 뿐만 아니라 경제 10대 강대국이다. 기술적으로도 선두를 달린다. 폴란드에 탱크를 팔고 있지 않는가. 궁극적으로 한국인들의 안보에 대한 책임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 갖고 있다. 세상에 한국이 핵개발을 할 것이라고 발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에 대비해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의견을 고려하는 건 후순위가 돼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확장된 억지력과 미국의 공약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워싱턴DC의 분석가들 일부는 한국의 핵무장 담론을 두고 ‘불쾌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는 동맹간의 불신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미국은 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군사협력체인 ‘오커스’(AUKUS) 동맹 결성 1년만인 지난 4월 호주에 핵잠수함을 조기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다. NPT(핵확산금지조약)는 핵무장국이 비핵무장 국가에 군사용 핵물질을 이양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핵잠수함에 쓰이는 원자로와 핵 원료 역시 군사용 핵물질이다. 즉 원래라면, 호주는 핵잠수함 도입이 불가능한데도 미국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주요 동맹인 한국도 미국에 핵잠수함 도입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 갖고 있는데...비밀리 핵무기 개발한 이스라엘 선례 따라야”

지난 16일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인양된 북한 우주발사체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워싱턴에선 한국의 핵무기 획득이 잠재적으로 이 지역의 군비 경쟁을 심화시키고 지역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역내 지역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주변국 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안된다는 것은 ‘이중 기준’이라고 본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선례를 따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조용히,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이스라엘을 묵인했다. 한국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볼 때 한국도 독자적인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는 여러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본다.”

-두달 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 된 ‘워싱턴 선언’은 어떻게 평가하나.

“각종 미국의 방위 공약이 명시돼 있는 것을 봤다. 그러나 이는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한국이 5척의 핵잠수함을 인도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협약은 현실적이고 물리적이다. 그러나 방위 약속, 긴밀 논의, 위원회 구성 등은 그야말로 ‘말’ 뿐이다. 다음 대통령이 와서 이런 과거 약속들에 대해 그대로 지키겠는가.”

-한국이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스스로 방위 공약을 결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맹국인 미국 정부를 패싱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논리로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미 정부는 계속 바뀐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장 내년에 새로운 미 정부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은 알아야 한다. 1~2년 뒤 한국은 새 국무장관, 국방장관과 마주앉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은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 지 보다 한국의 안보 상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실제 미국에도 그렇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실제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핵 개발을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이스라엘도 핵 개발 능력을 갖기 위해 별도의 실험을 하지 않았다. 한국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원전 규모는 (한국의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볼 때) 아직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한·일은 굉장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본주의·민주주의 국가들이다. 과거 양국의 역사를 고려해볼 때 인기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일이 협력한다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핵 개발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핵 개발의 기본 원리는 이미 알려져 있다. 더 이상 핵 개발을 위해 ‘로켓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미 이란도 핵 농축을 하고 있고 핵 보유에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경제 제제 등을 통해 제지하지 않겠나.

“한국은 유엔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한국이 IAEA의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위해 노력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 첫째, 우리는 미국이 포기한 베트남, 아프간 등의 역사를 지켜봤다. 둘째, 미국의 정치 상황이 너무나 불안정해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또한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쟁과 그에 따른 처절한 파괴 등을 경험한 나라다. 정부의 가장 큰 임무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 부과되는 임무는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신뢰에만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Copyright©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