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학점제 확정됐는데…사교육 확대 막을 방법은?
입시 사교육·선행학습 예방 대책은 '현행 유지'
고1 공통과목만 상대평가…대입 중요성 커진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학교 서열화로 사교육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중2가 고교에 가는 2025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데, 대입에서 상대평가인 1학년 공통과목 내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중3부터 이를 대비하는 내신 선행학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입 정시는 물론 수시에서까지 자사고 등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 교육부가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의 다양성·자율성을 확보한다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추진한다"고 말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정부 공식 조사에서도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지난해 자사고 진학 희망 초·중학생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61만4000원으로 일반고 희망자(36만1000원)의 1.7배다. 외고·국제고(55만8000원)는 일반고와 비교해 1.5배 많았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에 이 부총리는 "이미 있던 것(자사고·외고·국제고)은 존치하고, 사교육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은 제거한다는 대책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유발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오는 2025년 없애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직은 그런 형태의 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선행학습을 방지하는 정책을 그대로 쓰겠다는 의미다.
선발 방식인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선발 시기도 일반고와 같은 후기 모집을 유지하기로 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학습이 불가피한 지필 형태의 구술 면접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된 전형으로, 중학교 내신과 인성면접으로 선발한다.
이들 학교의 입학전형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 제도를 강화, 5년 주기로 실시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감점 폭을 높이거나 교육과정 위반 정도가 엄중한 경우 모집정원 감축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국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사고 10곳에 대해서는 쏠림을 막기 위해 모집정원의 20%를 반드시 소재 지역의 인재로 채우도록 규제를 강화한다.
정부는 이처럼 새로운 사교육 유발 요소가 생기지 않는 만큼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기조와 어긋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섣부르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5년 동안 서울 지역 자사고 입시 평균 경쟁률을 보면 1.31대 1, 1.20대 1, 1.12대 1로 감소하다가 1.30대 1, 1.45대 1로 최근 2년째 상승세다.
이를 두고 학원가에서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데 따라 대입 정시에 강세를 보이는 특성을 가진 자사고의 인기가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사고 등은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어 우수한 학생을 선별하는데, 이로 인해 내신 따기가 쉽지 않아 교육계에서 대입 정시에 특화한 학교로 평가돼 왔다.
최근 정부가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 내용을 다루는 소위 '킬러 문항'을 빼겠다고 밝혔지만,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 역시 거듭 강조하고 있어 대입 정시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교육부는 향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한 과목이 대입에서 의미 있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입 수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학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평가 방법을 대학에 추가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악용될 경우 자사고가 운영하는 교육과정과 일반고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대학이 비교해 고교 서열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고교 체제 존치 상황에서 고교 교육과정 편성 현황이 대학에 제공될 경우 고교 서열화가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거 서울의 한 유명 외고에서 교육과정 편성표를 책으로 만들어 대학에 배포했는데, 강남 8학군 일반고들이 따라하며 경쟁했다"며 "지역간 고교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교육부도 자사고 등의 사교육 유발 문제에 대해 상당한 고심을 해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부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밝힌 '고교학점제 도입 시 전 과목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전환'을 접고, 고1 공통과목의 상대평가를 유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사고가 정시에서는 유리하지만 적어도 수시 내신 교과전형에서는 상대평가 체제라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전 과목 절대평가가 도입될 경우 최상위 A등급이 대거 배출돼 단점이 상쇄된다. 일정 성취만 획득하면 A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현행 유지에 의미를 부여한 기존의 사교육 유발 방지책을 두고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 받은 '2020~2022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영향평가 결과, 평가를 받은 243건 중 사교육 유발로 지적된 것은 서울 한 자사고 1곳으로 권고 조치에 그쳤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영향평가 개선안은 추후 일선 시도교육청들과 협의해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사교육비가 현안으로 떠오르며 자사고 등의 유지를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계에서는 자사고와 특목고에 학생 선발권을 준 이상 입학전형이 생기고 고교 서열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존치하려면 추첨제 등으로 전환해 입시 사교육이라도 잡으라는 주장이다.
반면 보수 성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자사고 등의 유지 방침에 환영하면서도 "일반고의 교육 역량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획기적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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