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키우는’ 공교육 강화 방안…시험 확대·성적 줄세우기

김민제 2023. 6. 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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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수능 논란]일제고사 부활 우려
초3·중1 책임교육학년 지정해
학업성취도 평가 모두 참여토록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재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초3·중1 전체 학생이 참여하도록 ‘적극 권고’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가 확대는 성적 경쟁과 사교육 수요를 유발할 수 있어 ‘사교육 카르텔’을 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초3과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정해 학력진단을 강화하고 결과를 토대로 맞춤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안으로 제시한 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수화다. 현재 교육부가 시행 중인 학력진단은 중3과 고2를 대상 3% 표집으로 이뤄지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자율 참여로 이뤄지는 시행하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장이나 교사의 자율적인 신청을 받아 이뤄져왔다. 교육부는 이런 진단 방식을 유지하되, 시도교육감이 모든 초3과 중1 학생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도록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교육부는 초3과 중1 모든 학생이 참여할 것을 적극 권고하며, 전체 학생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습지원 담당 교원 배정에 반영된다. 그동안 시도교육청에게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가 제공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학교유형별·지역규모별·성별 성취수준 세부분석 결과가 제공된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동안 개인의 성취수준만 알 수 있었으나 이제 전체 학생 평균과 자신의 성취율을 비교해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의 대책은 학력진단 강화에 방점을 찍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발을 맞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영어 수준이 미달인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며 일제고사 부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난 19일 국민의힘과 교육부의 당정협의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학력진단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나온 바 있다.

이를 두고 학교 별 성적 줄 세우기와 수업 파행을 낳은 일제고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날 나온 교육부의 계획은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치르는 형태의 시험’ 일제고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수평가 여부가 시도교육청 평가와 교원 배정에까지 반영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교육청이 모든 초3과 중1 학생의 평가 참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시도교육청이 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율 참여가 원칙이던 지난해에도 부산 등 보수교육감이 집권한 일부 시·도를 중심으로 모든 학생의 시험 참여를 요구해 지역 교육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서울의 경우, 시의회가 기초학력진단결과를 공개하라는 내용을 담은 ‘기초학력보장지원조례안을 통과시켰다가 서울시교육청이 반발하며 대법원 제소에 나선 바 있다.

학생 순위·학교별 성적자료 제공
“경쟁 심화·사교육 의존 늘것” 지적

교육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평가 확대는 맞는 방법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중요한 것은 전수평가나 대상 확대가 아니”라며 “중요한 것은 예리하고 정확한 진단 시스템과 맞춤형 지원이다. 지금 학습지원 정책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지원 대상 학생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비판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그동안 기초학력 미달에 관한 지적은 충분히 많이 나왔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기초학력이 미달됐는지 모르는 교사는 없을 것”이라며 “문제가 드러났으면 지원할 방안을 내놔야지 왜 시험을 늘리냐”고 반문했다.

사교육 카르텔 잡는다면서 사교육 수요를 자극하는 전수평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책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전수평가를) 바로 추진할 시도가 몇 곳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특정 시도의 초3과 중1 전체 학생이 평가에 참여하고, 추가로 평가결과 공개되면, 경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사교육비 경감에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대원 대변인은 “사교육을 없애자면서 그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부족한 모습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게 된 현실을 진단하며 “전수평가로 시행하던 것을 2017년 표집평가로 전환한 이후 중·고 모든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 방식의 차이를 외면한 채 두 기간을 동일 비교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수평가가 이뤄지던 시절에는 학교 별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시키거나 성적이 낮은 학생을 결석시키는 등 경쟁이 과열된 반면, 표집평가는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태에서 치러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은 “전수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한 것이 마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증가 원인으로 진단한 인식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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