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 키우지 말자"... '학폭' 알고도 학폭위 열지 않은 '제2하나고'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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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이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접수하고도 심의ㆍ징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5년간 5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개 시ㆍ도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감사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이달까지 전국 초ㆍ중ㆍ고교에서 모두 47건의 학폭 처리 절차 위반 사례가 적발돼 136명이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이어 자체 종결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ㆍ의결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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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서 적발돼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
학교가 안 다룬 '숨겨진 폭력' 더 많을 듯
학교 측이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접수하고도 심의ㆍ징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5년간 5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에서 적발돼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교육당국의 학폭 근절 의지에 의문부호가 따른다.
21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개 시ㆍ도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감사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이달까지 전국 초ㆍ중ㆍ고교에서 모두 47건의 학폭 처리 절차 위반 사례가 적발돼 136명이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과 교육부의 ‘학폭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학폭 사실을 인지한 학교가 먼저 교내 전담기구에서 기초사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어 자체 종결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ㆍ의결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예 학폭위조차 열지 않은 학교가 수두룩했다. 2017년 강원 원주의 한 고교는 학내 스토킹 사건을 학폭위가 아닌 선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교내 봉사로 마무리했다. 선도위는 교칙 위반 등 학폭 외 사안을 다루는 학내 기구다. 2019년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는 교내 전담기구 조사도 없이 학폭 사안을 종결했다.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아들이 다닌 하나고는 뚜렷한 학폭 정황에도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아 논란이 됐는데 비슷한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학폭 발생 무마를 시도한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2019년 경북 문경의 한 고교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학폭위 개최를 미루다 피해학생이 전학을 가자 가해학생 상담으로 끝냈다. 같은 해 경북 김천의 한 학교에선 가ㆍ피해 학생들끼리 화해하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감사에 적발됐다. 운동부 지도자가 학폭 사건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거나(전북), 학내 성비위 사건을 뒤늦게 접수한 경우(부산)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청 차원의 제재는 시늉만 내는 정도였다. 136명 중 87.5%는 징계가 아닌 행정처분(주의 70명ㆍ경고 47명ㆍ불문경고 2명)을 받았다. 중징계는 정직 4명이 전부였다. 2명은 감사 시점에 이미 퇴직해 조치 자체를 취할 수 없었다. 나머지 11명에게는 견책ㆍ감봉의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감사에서 걸러낸 사건만 이 정도다. 학폭 사안이 교내 전담 기구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유야무야 종료되면 기록조차 남지 않아 ‘숨겨진 폭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딸이 고교 1학년이던 2021년 동급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A(54)씨는 “아이가 만신창이가 됐는데 담임교사가 ‘단순한 다툼’이라며 일을 키우지 말자는 식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학폭 전문인 박상수 변호사는 “학폭위 결과가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진학 성과를 신경 쓰는 학교에선 소극적으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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