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더 좋아진 스마트폰, 이젠 몸속 건강까지 ‘찰칵’

최인준 기자 2023. 6.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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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꾸는 스마트폰 카메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눈(카메라) 경쟁’이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화소수·렌즈 개수 같은 단순 스펙(사양) 경쟁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카메라를 결합해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혈압은 물론 피부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사용자의 모습을 본뜬 가상인간 제작 기능까지 속속 탑재되고 있다.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일으킬 신(新)무기들이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스마트폰 카메라로 건강 챙겨

구글은 지난 14일 AI 카메라 서비스 ‘구글 렌즈’에 피부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새로 추가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팔·다리 등 신체 피부 사진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3장 이상 촬영해 구글 렌즈 앱에 올리면 AI가 가벼운 피부 질환부터 사마귀, 낭종, 두피 탈모 등 288종의 피부 질환을 분석해 준다. 질환 발생 원인과 치료법 정보도 제공한다.

구글은 사용자의 인종이나 나이·성별·피부 타입 등 다양한 조건을 감안해 피부 질환을 분석한다. 스마트폰 사진만으로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6만5000장의 질환 사진, 수백만장의 건강한 정상 피부 사진을 AI에 학습시켰다. 현재 미국에서만 제공되고 있고, 향후 아시아 등 다른 국가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매년 구글 검색창에 피부 질환 관련 검색어가 입력되는 것이 100억 회가 넘지만,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기 어려운 사람이 많아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문 의료 장비를 갖춘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혈압·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포스텍 박성민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공동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광혈류측정(PPG) 신호 획득 알고리즘(프로그램 작동 원칙)을 개발했다. PPG는 심박수 측정에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다. 심장 박동에 따라 혈관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감지해 혈압·맥박·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한다.

원래 혈관 크기를 측정하는 PPG 는 전용 센서가 있어야 한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혈압을 측정할 만큼 충분한 신호를 얻기 힘들다. 연구진은 시중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이미지 센서가 포착한 빛 정보만으로도 혈관의 부피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알고리즘으로 얻는 PPG 신호량은 일반 카메라 센서의 5배에 달한다.

◇입체 도면, 열화상… 전문가 수준 작업도 가능

스마트폰 카메라 하나로 전문가 수준의 여러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매직플랜은 스마트폰 촬영으로 집 내부의 3D(입체) 도면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에서 증강현실(AR) 기능을 켜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집안 벽이나 창문·문의 크기를 인식해 입체 도면을 만들어준다. 새 집에 이사 갈 때, 각 공간 크기에 맞게 가구를 배치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을 건축 전문가 도움 없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최근 캠핑족 사이에선 열화상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인기다. 열 감지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활용해 혹시 출몰할지 모를 야생 동물을 감시하거나, 어두운 밤에 일행이 어디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중국 블랙뷰 스마트폰 등이 유명하다. 국내 휴대용 계측 장비 업체 플루크는 스마트폰 하단 충전부에 연결해 열화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를 최근 출시했다. 이 기기를 장착하면 일반 스마트폰에서도 열화상 촬영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영상·사진 찍으면, 가상인간도 뚝딱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별도 촬영 장비 도움 없이 자신과 똑같은 가상인간을 만드는 서비스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게임 업체 에픽게임즈는 최근 스마트폰 촬영 영상만으로 수 분 만에 사용자와 닮은 가상인간을 제작해주는 서비스 ‘메타휴먼 애니메이터’를 출시했다.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세우고 셀카 영상을 찍으면 이를 토대로 가상인간을 제작해 준다. 이렇게 만든 가상인간으로 숏폼(짧은) 동영상도 만들 수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음성 데이터를 앱에 올리면, 이를 분석해 입 주변 근육 움직임을 실제 음성과 매끄럽게 연결해 실제 사람이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도 해준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달 25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용자의 모습을 기반으로 AI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AI 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셀카 10~20장을 앱에 올리면 전문 사진가가 촬영한 것 같은 AI 아바타 프로필 사진 30장을 만들어준다. SNS(소셜미디어) 활동이 많은 1020세대를 겨냥한 것인데, 온라인에선 “피부, 머릿결이 실제 사람과 흡사해 진짜로 인물을 촬영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비스 출시 직후 1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몰리면서 한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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