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가방’ 여니 27인치 TV 켜져… “야외서 쓰면 딱이네”
LG전자는 스타트업 같은 아이디어 제품을, 대기업 특유의 고품질로 현실화하는 능력이 있다. 최근 내놓은 007 가방 모양의 TV ‘LG 스탠바이미 고(Go)’<사진>가 대표적이다.
TV는 거실 붙박이 가전이란 고정관념을 ‘바퀴 달린 이동형 TV 스탠바이미’(2021년)로 깨더니, 이젠 집 밖에 들고 나갈 수 있는 ‘가방형 TV’까지 내놨다. LG로부터 일주일간 제품을 빌려 써봤다.
가방 뚜껑을 열면 27인치 대형 터치 화면이 드러난다. 이대로 눕히거나, 두 손으로 화면을 들어올려 눈앞에 직각으로 세울 수 있다. 화면을 회전해 세로형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90도로 열리는 가방 안쪽면은, 화면 뒤에서 고품질 음향을 뿜어내는 스피커로 변신한다. 가방은 야외에서도 3시간 동안 거뜬한 배터리 역할을 한다. 전원에 꽂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역시 ‘거거익선’이다. 27인치 대화면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의 화면을 가뿐히 압도한다. LG는 이 제품이 단지 넷플릭스, 유튜브용에 그치지 않도록 다양한 역할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연동해 음악을 틀면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가 작동하고 레코드판이 빙빙 돌아가는 감각적인 배경 화면이 뜬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틀어주는 ‘불멍’, 창 밖에 하얀 눈이 폴폴 내리는 모습 등 힐링(healing) 영상도 여러 개 탑재했다. 체스, 퍼즐 같은 게임을 두 명이 나란히 앉아 할 수 있고, 웹툰 앱을 대화면에 펼쳐놓고 리모컨으로 스크롤해가며 볼 수도 있다. 거실 바닥에서, 식탁 위에서, 침대 옆에서 이 ‘TV 가방’을 펼쳐서 썼다. 야외에서 쓰면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고는 못 배길 제품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 앱은 재생속도 조절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앱에선 보통 1.25배 혹은 1.5배로 돌려볼 수 있는데, TV 앱에선 1배속으로밖에 볼 수 없다.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해도 마찬가지다. 100만원대 고가에도 불구하고 스탠바이미 시리즈는 1세대부터 줄곧 저가형 풀HD 화질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스마트폰의 ‘쨍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에 익숙해져있다.
이동형 TV를 표방하지만 가방은 상당히 무겁다. 무게는 12.7㎏. 성인 남성이 한 팔로 들면 금방 버거워질 수준이다. LG는 캠핑족을 겨냥해 117만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이 제품과 곧잘 비교되는 것이 LG전자의 30만원대 ‘룸앤티비’다. 이 제품 역시 27인치 풀HD 화질을 갖췄다. 반드시 전원을 꽂아야 하고 세부 사양도 떨어지지만 캠핑족 사이에선 ‘가성비 TV’로 통한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3배 가격을 상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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