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아들, 67년 만에 고교 졸업장 품에 안았다

조유라 기자 2023. 6.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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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가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아버지의 높으신 뜻을 잊지 않은 덕분에 6·10만세운동이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중앙고에서 열린 '115주년 개교기념일 기념식'.

독립운동가 이선호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88)는 이날 67년 만에 고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이선호 선생과 이 씨는 이로써 부자(父子)가 중앙고 졸업생이 됐다.

이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도 아버지를 따라 중앙고보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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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망으로 가세 기울어 중퇴
중앙고, 115주년 맞아 졸업장 수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고 일민체육관에서 열린 중앙고 개교 제115주년 기념식에서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 이선호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오른쪽)가 7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중앙고가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아버지의 높으신 뜻을 잊지 않은 덕분에 6·10만세운동이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중앙고에서 열린 ‘115주년 개교기념일 기념식’. 독립운동가 이선호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88)는 이날 67년 만에 고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이선호 선생과 이 씨는 이로써 부자(父子)가 중앙고 졸업생이 됐다.

이선호 선생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25년 중앙고의 전신인 중앙고보 재학 중 항일 단체인 ‘조선 학생 사회과학 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이 선생은 1926년 4월 순종의 서거 소식을 들은 뒤 연구회 회원들과 태극기를 만들고, 격문과 전단을 준비해 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순종의 장례식이 치러진 6월 10일, 순종의 국장 행렬이 돈화문을 통과할 때에 맞춰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했다.

이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는 일제가 연 재판에서 “자유를 절규하면 자유가 생긴다는 결심으로 거사에 임하였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 선생은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이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도 아버지를 따라 중앙고보에 입학했다. 그러나 부친인 이선호 선생이 6·25전쟁 중 사망해 가세가 기울자 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3학년 때 중퇴했다. 이용균 교장은 “동기들이 학비 모금 활동을 벌였으나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자퇴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드셨다”고 전했다.

이 씨는 졸업장은 받지 못했으나 이후에도 모교 및 부친과 관련된 활동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 왔다. 그는 중앙고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연구하면서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중앙고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출판된 ‘중앙중·고등학교 중앙백년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부친의 뜻을 기리기 위해 사단법인 6·10만세운동 기념사업회 설립에도 참여해 부회장을 지냈다. 이에 중앙고는 공로를 인정해 이 씨에게 졸업장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씨는 “늦게나마 아버지가 나오신 학교를 졸업하게 돼 기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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