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해’ 정유정, 과외 앱서 54명 접촉… “안 죽이면 분이 안풀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했던 정유정(23세)의 범행은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와 ‘사이코패스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 났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21일 정유정을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정유정은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 성격이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한살 때 엄마와 헤어졌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조부의 손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쌓인 ‘분노’가 정유정의 사이코패스적 성격과 결합해 범행 동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경찰 단계에서는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28점대였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26.3점으로 나왔다.
정유정의 공책에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글귀만 자필로 적혀 있었다. 이 메모는 범행 동기를 추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심리분석실은 정유정에 대해 ‘자신의 증상에 대해 과장되게 꾸며내고 있는 상태로 사이코패스적 성향, 주의력 부족 등은 있으나 정신증이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공범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유정이 ‘살인 방법’, ‘사체 유기’ 등을 검색한 인터넷 기록을 확보한 검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결심한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범행 준비·실행 과정 등을 세밀하게 복원한 결과, 혼자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한 계획적 살인”이라고 밝혔다.
수사 결과, 정유정은 과외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총 54명의 과외 강사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범행 대상의 기준은 혼자 거주하고, 여성이고, 피해자의 집에서 과외 수업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범행하기 쉬운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선택한 대상이 피해자 A씨였다. 정유정은 학부모 회원으로 과외 앱에 가입해, 자신을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엄마라고 속였다. “영어가 부족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글을 올려 지난달 24일 피해자와 대화를 나눴다. A씨가 “거리가 멀다”며 거절하자, “아이를 선생님 댁으로 보내겠으니 상담해 달라”고 했다. 이틀 뒤 정유정은 중고앱에서 산 교복을 입고 A씨 집을 찾아갔고,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숨기고 간 흉기로 목과 가슴 부위 등을 찔러 살해했다.
일각에서는 범죄를 저지르고 타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영화 ‘화차’의 여주인공처럼 ‘신분 탈취’ 목적의 범행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옷을 갈아입고 나온 것은 범행 당시 자신 옷에 튄 혈흔 때문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그를 동경해서 피해자 옷을 입고 나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범행 직후 피해자의 집을 나와 마트에서 시신을 처리할 큰 비닐봉지와 세제, 훼손 도구 등을 샀다. 이어 자신의 집에 들러 시신 담을 여행용 가방을 챙겨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간 뒤 시신을 훼손했다. 이튿날 새벽 1시15분쯤 시신 일부를 담은 가방을 들고 택시를 잡아 평소 산책을 다니던 경남 양산 낙동강변에 도착해 풀숲에 시신 일부가 든 가방을 버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그날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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