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장군 기억해주세요” 흉상 건립 이뤄낸 중학생 민원

김현수 기자 2023. 6. 2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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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 장곡중학교 김동준군
숙제하다 한국전쟁 활약상 접해
“칠곡 사람은 알아야” 민원 제기
군청, 다음달에 흉상 건립하기로
경북 칠곡 장곡중학교 김동준군(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친구들이 지난 7일 ‘워커 장군을 기억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칠곡군 제공

“더 이상 후퇴는 없다. 여기서 사수하지 못하고 밀려나면 전우 수천명의 죽음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경북 칠곡 장곡중학교 3학년 김동준군(15)은 학교 숙제를 하다 알게 된 미8군 사령관 월턴 해리스 워커 장군의 이 한마디에 장군의 활약상을 알리기로 했다.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맥아더 장군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을 사수하며 이렇게 말한 워커 장군을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워커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워커 라인’으로 불리는 낙동강 방어선을 성공적으로 사수하며 불리한 전황을 뒤바꾸는 데 이바지한 인물이다.

김군은 “(워커 장군의 활약상에 대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적어도 칠곡에서 전쟁을 치르고 낙동강을 지켜준 워커 장군에 대해 칠곡군 사람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친구들과 워커 장군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군과 친구들은 지난 7일 칠곡군에 ‘워커 장군을 기억할 수 있게 해달라’ ‘워커 장군을 또래 친구들에게 알려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민원을 접수한 칠곡군은 다음달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 워커 장군의 흉상을 건립하기로 했다. 중학생들의 민원에 대한 칠곡군의 화답인 셈이다. 흉상 제작 비용은 주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칠곡 8개 읍·면에 ‘기억을 위한 천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각종 사회단체와 주민이 동참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 북삼 어린이집은 워커 장군을 알리는 짧은 글과 함께 돼지저금통을 비치했다. 아이들이 모은 동전은 흉상 건립 기금으로 쓰인다. 칠곡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물자지원여단과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딴 대구 캠프워커에서 근무하는 미 장병도 모금에 동참할 계획이다.서울과 부산 등에서도 워커 장군 흉상 건립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기부하겠다는 이들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칠곡군은 설명했다.

김군은 “친구들과 함께 낸 작은 민원이 흉상 건립으로 이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며 “친구들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와 용사들에 대해 기억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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