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거인’ 인도 껴안는 미국

김서영 기자 2023. 6. 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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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미국 국빈 방문…오늘 바이든과 만찬
미, 중·러 견제 위해 ‘확실한 내 편’ 만들기에 공들여
인구·시장 등 잠재력 무한한 인도, 위상 높이기 행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는 미국에 인도는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나라다. 미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인도와 경제 및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이날 뉴욕 JFK공항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2014년 집권 이후 미국을 다섯 차례 찾았으나, 국빈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서도 해외 정상을 국빈으로 맞은 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모디 총리가 세 번째다. 인도 지도자가 미국에 국빈으로 온 건 2009년 11월 만모한 싱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모디 총리는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국빈 만찬을 하고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예정이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은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떠오를 만큼 막강한 내수시장과 생산 노동력을 갖춘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항마’이다. 중국과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 역시 중국 견제만큼은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 일원이기도 하다. 인도 대사를 역임한 지텐드라 나스 미스라 교수는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인도와 미국은 서로 필요로 한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고 중국 경제가 인도 경제보다 훨씬 커, 양국은 더 이상 혼자선 (중국 견제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다만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서는 비동맹 노선을 고수하며 서방의 편을 들지 않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으며, 자국 무기 수입의 약 45%를 러시아에 의존할 만큼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다. 이 때문에 미국은 모디 총리의 이번 국빈 방문을 인도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실제 미국은 2016년까지만 해도 66%에 달했던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수입 비중이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임을 주목하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모디 총리의 일정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도 항공우주 및 방산 국영기업 힌두스탄 항공 유한회사(HAL)와의 전투기용 엔진 생산 계약이 포함돼 있다. 만자리 채터지 밀러 보스턴대 교수는 “군사 기술 공유에 까다로운 미국이 인도에서 전투기 엔진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양국 파트너십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인도도 미국으로부터 얻어갈 것이 많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탄력적인 공급망, 청정에너지, 반도체 및 기후변화 문제에서 인도보다 더 중요한 파트너는 없다”고 했다. 이는 인도를 ‘반도체 제조 허브’로 키우고자 하는 모디 총리 야망과도 맞아떨어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의 인도 반도체칩 수입은 38배 이상 증가했으며,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3배 늘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인구 세계 1위’로 올라선 인도의 큰 소비 시장에 주목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에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회담 후 머스크는 “나는 모디의 팬”이라며 “인도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인도에도 스타링크를 도입하길 기대한다. 내년에 인도를 방문할 잠정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이번 국빈 초청이 “대선 후보로서, 인권이 대외 정책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상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종교와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 75명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종교와 언론 및 시민단체에 대한 표적 탄압, 인터넷 접근 제한 등 인도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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