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간호사라며 “취업시켜줄게”…모두 거짓이었다
간호사 준비생들에 접근
“경제적 도움 주고 싶다”
‘스폰’ 조건 제시하기도
대형병원에 취업시켜준다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간호사 준비생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대학병원 간호사’라고 소개하며 메시지를 보낸 이 남성은 해당 병원을 다니지 않고 있고, 취업시켜주겠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21일 간호사 준비생 11명으로부터 남성 A씨가 대형병원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접근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A씨는 2021년 9월부터 이달까지 이들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 접근했다고 한다.
간호사 준비생 B씨가 지난 5월31일 받은 메시지에서 A씨는 “○○병원 현직 간호사다. 성적, 자격증, 경력 상관없이 5년차 연봉에 준하는 월급으로 받고 원하는 부서에서 시작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병원 사원증, ‘근무 중’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코인이 대박나서 투자금을 11억으로 불렸다. ‘스폰’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스폰 조건을 제시하면서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가야 하는데 누가 알게 되면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A씨는 다른 간호사 준비생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한 달에 600~700씩 해줄 수 있다”며 “한 달에 3번 만나서 섹스하는 거치고는 부족함 없이 해주는 거다”라고 했다. A씨는 “취업 과정을 누가 들으면 안 되니 방에서 따로 얘기하자”며 간호사 준비생을 모텔로 유인하기도 했다. 간호사 준비생 C씨는 “나중에서야 스폰 얘기를 꺼냈고 ‘나 만나는 거 자체가 로또고 기회다’라는 말에 성관계를 하게 됐다”며 “업계가 소문이 빠르다보니 이 과정을 누군가 알게 될까 겁이 나 이 일을 주변에 말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A씨는 C씨에게 취업을 시켜주지 않았고, 금전적 대가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이 다니고 있다고 소개한 병원을 2018년 그만뒀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간호사 D씨는 통화에서 “핫바를 먹으려던 여성 간호사에게 ‘그게 내 거보다 작다’며 성희롱해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인사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만뒀다”고 전했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이전 회사 사원증을 보여줬더라도 사원증을 위조·변경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을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남자 간호사가 자신보다 취약한 조건에 있는 ‘취준생’에게 취업 알선을 빌미로 성적 관계를 요구한 것은 지위를 이용한 성적 침해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A씨의 입장을 듣고자 통화와 소셜미디어 메신저 등으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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