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터울 둔 ‘생후 1일’ 두 아이 살해 후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친모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경찰, 긴급체포해 조사 중
남편에겐 “낙태했다” 거짓말
산부인과 출산 기록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아 적발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경찰은 아이를 살해한 친모를 21일 긴급체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날 영아 살해 혐의로 A씨(30대)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시신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이미 남편 B씨와의 사이에 12세 딸과 10세 아들, 8세 딸 등 자녀 3명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아이를 또 임신하게 돼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살해한 아이들은 모두 생후 1일 영아였다. 그는 2018년 11월 첫 번째 살해 피해자인 아기를 병원에서 출산한 후 집으로 데려와 살해했다고 한다. 2019년 11월 두 번째 피해자인 아기도 병원에서 낳은 뒤 그 병원 근처에서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시신을 숨겨 현재 아파트로 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A씨 가족은 평소 이웃들과도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A씨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A씨 가족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아기들 시신을 집 냉장고에 넣은 뒤 지금까지 보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기를 낳자마자 살해했다”며 “남편에게는 낙태했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했다. 남편 B씨는 “(아내가) 아이를 살해한 줄 몰랐고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고 진술했다.

A씨의 범행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들통났다. 앞서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 결과 이 같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 25일 복지부에 결과를 통보했다. 이 감사 자료를 전달받은 수원시는 A씨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으며 A씨가 조사를 거부하자 지난 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A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