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표 ‘비례 감축론’, 당 일각선 ‘글쎄’
이종성 “무작정 수 줄인다고 정치 불신 해결되는 것 아냐”
최승재는 김예지 사례 들며 ‘약자·소수자 대변 기능’ 강조
당 주류 ‘찬성’…윤재옥 “당론 여부, 의총 열어 논의할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10%(30석) 감축을 제안한 후 여당에서는 의원 정수를 줄이려면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의원 정수 감축과 관련해 당내 이견이 없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 이해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성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현재 15.7%(전체 300석 중 47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을 더 줄여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의원 정수 감축에 대해 “당 원내대표단·지도부와 여러 차례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며 “그 결과에 따라 당 입장이라고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내에서 그 방향성에 다른 의견을 가진 분은 지금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야 한다는 공개적인 주장들이 나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여야가 (의원 정수 축소에) 합의하게 된다면 비례대표 축소, 그리고 일부 지역구에 대한 조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비례대표 축소 의견이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 22명인 여당 비례대표 의원들에게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전무했으며, 의원 정수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A 의원은 “(의원 정수 축소 관련) 당내에서 의견 수렴은 없었다”며 “(의원 정수를) 줄였을 때와 늘렸을 때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B 의원은 “무작정 (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종성 의원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단순히 의원 수를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보여주기식으로 즉흥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C 의원은 “(김 대표 제안은) 어차피 야당 공세용으로,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내에서 ‘의원 정수 감축’이 곧 ‘비례대표 축소’로 여겨지는 데 대해 비판의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 출신인 최승재 의원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애인 정책 관련 질의로 호평받은 김예지 의원 사례를 들어 “비례대표제가 없었으면 (장애가 있는) 김 의원은 국회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는 비례대표제 장점”을 강조했다.
과학계 출신인 조명희 의원은 “비례대표 제도는 직역을 대표하는 전문가가 의정활동을 통해 국가 미래를 설계하라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D 의원은 “(국회의) 본래 기능은 법안 발의·심사 등으로 이뤄지는데, (지역구 의원의 경우) 지역 현안을 챙기는 데 에너지 투여가 많다”며 “이를 비례대표가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E 의원은 “지역구 의원은 전 국민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면서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시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은아 의원은 “비례대표도 지역구 선거처럼 국민이 직접 뽑을 수 있도록 개방형 명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주류에 속한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비례대표 축소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E 의원은 “국민 여론에 따라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면 비례대표를 줄여야지, 지역구를 줄일 수 있는 현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육계 출신 이용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비례대표 47석 중에 30명을 감축해도 17석은 남는다”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원 정수 축소를 당론으로 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의원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아보겠다”고 했다.
정대연·문광호·이두리·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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