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전수평가 사실상 부활…“실패한 MB교육 답습 우려”
정부 “기초학력 높이겠다”
‘초3·중1 모두’ 권고한다지만
‘전수’ 압박 땐 다시 일제고사
고교 다양화 등 말 바꿔 재탕
“학교 줄 세우기로 과거 회귀”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또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이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증진과 교육 선택기회 확대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고교서열화와 성취도평가 강화가 오히려 경쟁 압력을 높이고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21일 이런 내용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 수년간 시·도교육청 교육재정이 2배 가까이 증가하고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공교육 여건이 개선됐다”면서 “그러나 학교에서는 여전히 지식 전달 위주, 평균 수준의 교육을 해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등 공교육의 질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는 고교 다양화 정책과 학업성취도평가 전수화(일제고사)가 이름만 바꿔 다시 나왔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2025년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이번 방안에서 존치하기로 공식화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유형 단순화로 공교육의 다양성과 교육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존 외고와 국제고가 희망하면 ‘국제외국어고’로 전환해 두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는 것을 막고자 지금처럼 일반고와 함께 ‘후기 선발’을 유지하고,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는 정원의 2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하게 한다.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의 절반은 일반전형으로 충원을 허용한다.
대표적인 사교육 유발 요인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방안은 정부의 사교육 비용 경감 기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좋은교사운동’은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일반고 교육력이 약화했고 사교육 시장에서는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부터 진학대비반이 생겼다”며 “특히 고교 서열체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면 시행되면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과 사교육 폭증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국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학력진단을 강화하고 진단 결과를 토대로 맞춤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나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학업성취도평가에 초3과 중1은 전체 학생이 참여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적으로 권고하기로 했다.
전수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감이 결정하지만,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이를 반영하기로 해 사실상 대부분의 교육청이 전수평가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평가가 사실상 ‘전수평가’가 되는 데다 자료 공개 범위도 커져 과거 일제고사처럼 ‘학교 줄 세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특정 시·도의 초3과 중1 학생이 시험을 보고 결과가 공개되면 경쟁 기제가 된다”며 “교육감 성향에 따라 ‘일제고사’화할 수 있고, 바로 추진하려는 교육청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김나연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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