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사교육 문제 핵심 몰라…학벌 사회 등 본질적인 논의 필요”

김나연 기자 2023. 6. 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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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교육정책 뒤집기…모순된 정책으론 혼란만 유발”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은 최근 논란이 되는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과 같이 갈 수 있을까. 교육전문가들은 ‘어렵다’에 더 무게를 둔다.

우선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로 고등학교 입시 준비부터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업성취도평가의 전수평가화’로 학교 서열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능 ‘킬러 문항’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출제에서 배제하기로 해놓고 되레 공교육 제고방안에는 사교육을 부르는 정책이 포함된 것이다. 정부가 사교육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을 완화하려면 ‘학벌 사회’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 정책을 매만지기 이전에 사회의 인식 변화가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학벌 사회와 경쟁 때문에 입시가 치열하고, 그것 때문에 사교육이 일어나는데 (정부는) 본질을 안 건드리고 피상적인 것만 잡고 있다”며 “사회가 바뀌지 않는데 교육을 통해서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학벌 사회에서 학생은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좋은 학벌’을 위해 사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경기 남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부장을 맡은 A교사는 “현재 사회에서 적성 찾아 원하는 대학, 학과에 가는 것은 실현할 수 없다”며 “1, 2학년 때까지 꿈을 좇던 학생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알려진 대학에 가려고 사교육을 찾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문제 하나 낸다고 해서 사교육이 완화되겠나”라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도 “출신 대학이 중요하고 대학이 서열화된 현상에 대한 논의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사교육은) 당장 정책을 조금 손본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교육정책이 안정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그간 ‘백년지대계’가 돼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뒤집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정권마다 수시·정시 비율이 바뀌었고, 자사고·국제고·외고에 대한 기조도 달라졌다. 성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가 우왕좌왕하는데,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에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된다”며 “국가교육위원회 등이 나서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정권이 내놓은 교육정책들이 통일성을 갖추지 못하면 정책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진다. 특히 현 정부가 킬러 문항을 들어 사교육 경감을 강조해놓고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존치하는 점은 불협화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 소장은 “이전 정부의 정책이라고 해서 폐기하는 부분이 있다”며 “사교육의 핵심은 서열이 남아 있는 학벌 사회 구조인데, 이것을 강화하는 모순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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