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여성 살해…무엇이 정유정을 괴물로 만들었나
가족에 불만, 살해암시 메모 등 전조 보여…재범 위험성도 '높음'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박상아 수습기자 = 과외 앱을 통해 은밀하게 범행 대상을 찾아낸 뒤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을 흉악범으로 만든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쌓인 가정불화와 연이은 취업 실패 등 자신의 불우한 처지에 대한 비관이 있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정유정을 상대로 통합심리분석을 실시한 결과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에 더해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무고한 여성을 살인하는 참극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은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모친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6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커왔고, 이러한 점이 너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가정사와 관련해 정유정과는 다른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다닐 때도 말 없는 조용한 아이였다고 한다.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개인 영역을 만들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고등학교 졸업 후 새로운 환경을 갈구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대학 진학에 실패한 데 이어 공무원시험 등 취업까지 낙방하면서 점점 고립돼 갔다.
결국 사람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자신의 억눌린 분노를 풀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가 특히 눈여겨본 대상자는 자신보다 힘이 약한 여성이었다. 범행 6일 전 광고를 통해 알게 된 과외 앱을 설치하고 총 54명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정유정은 혼자 사는 여성이고 피해자의 집에서 과외가 가능한 조건을 충족하는 A씨를 선택했다. 자신의 중학생 딸의 과외를 부탁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지난달 26일 자신이 그 딸인 척 속이기 위해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다.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자신의 집과 피해자 집을 왔다 갔다 했다. 옷에 혈흔이 묻자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다음날 새벽 정유정은 홀로 시신이 든 여행용 가방을 든 채 택시를 타고 인근 공원으로 이동했다. 시신을 유기한 후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그는 하혈을 핑계로 병원에 보내달라고 둘러댔다.
범행 전에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라는 내용의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작성하고 온라인으로 '살인 방법' '사체 유기' 등을 검색하며 끔찍한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수사 초반에는 따로 진범이 있었다거나 A씨와 말다툼으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범행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정상인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이같은 행동은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가에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26.3점을 기록했다.
재범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폭력범죄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에서 14점을 받았는데, 12점 이상의 경우 재범 위험성 '높음'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묻지마 살인'으로 해소하기 위해 범행이 용이한 불특정의 혼자 사는 여성을 물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분 탈취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이를 확인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부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태생적 기질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며 "가족 관계가 해체된 이들에겐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데,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혼자 방치될 수 있고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유정도 본인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치료 의지도 없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외에도 정유정에게는 특이한 점이 많다. 전문가들의 세밀한 분석과 정신 감정 등을 통해 정유정에게 어떤 전조 증상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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