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실시 고교학점제...고1 공통과목 상대평가 유지 ”최소한의 변별력 필요”

김경준 2023. 6. 21. 18: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현재 중2 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된다. 고1 공통과목은 내신 변별력 확보를 위해 상대평가인 석차 기준 9등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교육 다양성 확대 차원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도 공식화했다. 책임교육학년제를 도입해 초3, 중1 학생들은 언어·수리·디지털을 집중해 배우고, 이들 학년 전체 학생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 교육부 제공

고교학점제 :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 유지하되, 성취평가 신뢰도 강화에 초점"

먼저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보완 방안이 마련됐다. 특히 고1 공통과목은 성취도 기준 5등급만 표기하는 절대 평가 도입이 논의됐으나, 2021년 발표한 대로 석차 9등급제를 병기하는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공통과목은 공통국어·공통수학·공통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탐구실험 등이다. 이외 과목들은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1 공통과목만 석차등급을 병기할 경우, 고교 과정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공통과목 성적이 대입 내신에 과도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면 성취(절대)평가 도입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1 공통과목의 절대평가 적용은 마지막까지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유지됐으나, 시도교육감 및 현장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마지막 점검을 하면서 현장의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더 강하게 제시됐다"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고,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9등급 병기를 유지하되, 성취평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성취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공통 점검기준을 마련하고 학교-교육청-외부 점검단의 3단계 점검을 실시한다. 또 중앙·시도별 평가관리센터를 설치해 성취평가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교원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교학점제가 대입과 연계될 수 있도록 대학에 고교의 교육과정 편성 현황 및 과목별 학습내용·평가방법 등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고교다양화 : 자사고 존치·'협약형 자공고' 추진… "서열화 심화 사교육 유발" 지적도

그간 갈팡질팡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도 이날 공식화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정부의 고교 유형 단순화 정책은 공교육의 다양성과 학생·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다만 자사고 등의 학교가 우수학생 선발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교육력을 통해 우수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운영 내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고와 국제고는 두 학교의 전문교과를 통합 운영하는 '국제외국어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고, 기업‧지자체(교육재단 포함)·교육청 등 여러 주체가 협약을 맺고, 공립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율형공립고 2.0'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지역 주도 자율학교의 경우 중학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부총리는 이날 자사고 등이 사교육을 유발해,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정책과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에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의 지역 인재 선발을 의무화하는 등 입시전형을 개선해 선행학습 유발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후기 학생선발 및 자기주도학습 전형 유지, 입학전형 영향평가, 전국단위 자사고의 지역인재 20% 이상 선발 의무화 등을 통해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자사고 등의 입학전형 영향평가 개선 외에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해 자사고에 또 다른 선물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기존에 없던 국제외국어고 신설과 민간 기업이 학교 운영권을 갖는 자율형공립고2.0 추진은 학교의 수직서열화를 강화할 뿐"이라며 "자사고 등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학생부 교육과정 편성 현황이 대학에 제공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유형별 비교. 교육부 제공

기초학력 : 초3·중1 '책임교육학년' 지정해 성취도평가 전원 참여 권고

초·중학교 단계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것은 '책임교육학년제'다. 학생들의 학습 및 성장에 결정적인 시기로 학력 격차가 벌어지기 쉬운 초3,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언어, 수리, 디지털 등 3대 핵심 소양을 집중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초3, 중1에 대해서는 학년 초 성취수준 진단을 위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전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제고사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부총리는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교육청에 유인을 제공해 가급적 모든 학생이 참여하게 해달라는 정부의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일제고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정부는 교사가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당한 생활지도는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교사가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교육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행정업무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