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250억 예산 기업인 조각상 건립 '백지화'…여진은 계속(종합)

울산시의회, 2회 추경 수정예산안 의결
울산시민단체 "무맥락 행정 사과도 없어"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시가 2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추진해온 40m짜리 기업인 조각상 건립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극심한 반대 속에 김두겸 울산시장이 사업을 자진 철회했지만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21일 제239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울산시가 제출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수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시는 전날인 20일 당초 편성된 2차 추경안 283억8000만원 중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250억을 감액, 33억8000만원만 반영한 수정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김두겸 시장이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 자진 철회를 밝힌데 따른 것이다.

시의회는 시가 조형물 건립 부지매입을 위해 제출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도 철회했다.

다만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등에 관한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은 상임위원회가 수정 의결한 대로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앞서 상임위는 이 조례안 심사에서 기념사업 대상을 기업인에 국한하지 않고 예술인, 체육인, 정치인 등 전 분야로 확대했다.

김두겸 시장은 이날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울산은 기업 도시"라며 "대한민국과 울산을 우뚝 세운 기업의 창업자들을 정중히 예를 다해 모시고자 했으나, 오히려 예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변함 없이 울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며 "기업이 울산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기업하기 좋은 울산'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울산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김두겸 시장은 독단행정, 불통행정, 무맥락 행정에 대해 끝까지 시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울산상공회의소 회장단 등 상공계는 사업 철회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냈다.

애초 울산시는 추경예산안 250억원을 편성해 울주군 언양읍 UNIST 소유의 야산에 30~40m 높이의 기업인 조형물 2점을 건립하려 했다.

국내 대표 그룹 창업주들의 얼굴 조각상을 세워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사업 추진과 관련해 지역 야권과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했고, 기업인 단체 등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다음은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주요 추진 과정을 정리한 일지.

◇2023년 △4월20일 시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 입법 예고 △5월26일 시,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예산 250억원 포함 '2023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284억원 편성 △5월30일 시, 시의회에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 관련 추경안·조례안·공유재산 관리계획 등 3건 제출 △5월31일 김두겸 울산시장,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 추진 기자간담회 △6월7일 시의회 제239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개의…추경안 등 안건 상정 △6월8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사업 부지매입·조형물 취득 위한 '울산시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 △6월13일 시민사회단체,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 점거 농성/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대한 기업인 등에 관한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 수정 가결 △6월15일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예산 250억원 중 부지매입비 50억원 제외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200억원 삭감 △6월19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200억원 부활/ 김두겸 울산시장,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 돌연 철회 발표 △6월20일 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250억원 제외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수정예산안 제출 △6월21일 시의회 제2차 본회의 개의…수정예산안 가결,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철회, 수정 조례안 통과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