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기록 있는데 출생신고가 없다? 집 냉장고에 영아 시신 2구가
3자매 키우는 중 또 임신하자 살해
남편 “아내가 낙태한 줄 알았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가정집 냉장고에서 21일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2015~2022년 병원 출산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000여명에 이르는 것을 확인하고 이 중 20건에 대해 지자체에 통보했다. 경찰 수사는 이에 따른 것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날 영아 살해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아기를 병원에서 출산한 뒤 살해하고, 그 시신을 자신의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남편과의 사이에 12살짜리 딸과 10살 아들, 8살 딸 등 세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되자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40대인 A씨 남편은 경찰에서 “아내의 임신 사실은 알았지만, 배가 많이 나왔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기를 살해한 줄은 몰랐다. ‘낙태했다’는 아내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참고인 신분인 남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 부부는 콜센터 업체에서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월수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용면적 85㎡ 크기에 시가 2억원 안팎인데 부부 소유는 아니었다. 이들의 아파트 우편함에는 신용정보회사에서 온 우편물이 여러 통 쌓여 있는 등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첫 번째 아기를 병원에서 출산한 뒤 집으로 데려와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또 임신을 해 이듬해 11월 두 번째 아기를 병원에서 낳자, 병원 인근에서 살해한 후 시신을 포대기에 싸서 집으로 옮겨 역시 냉장고에 보관해 왔다고 한다. 경찰은 두 아기 모두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시신은 집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 비닐에 싼 채로 수년 동안 보관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수원시는 지난달 25일 감사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례’들을 전달받고, 이달 초 A씨의 집에 현장 조사를 나갔다. 그러나 A씨는 조사를 거부했고 수원시는 지난 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의 1차 조사에서 A씨는 “가족 몰래 출산을 했다”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아이를 넘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날 A씨 집을 압수 수색해 냉장고에 있던 아기 시신 2구를 확인했으며, A씨를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영아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수원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화성시, 인천광역시, 경남도 등의 ‘출생 미신고’ 사례를 조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원 영아 살해와 비슷한 경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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