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으로 문란” 또래 죽음 내몰았는데…가해자 또 집행유예, 왜?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 피고인 [사진 = 연합뉴스]

2021년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10대가 3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을 상대로 인터넷상에서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일명 ‘사이버 불링(왕따)’을 한 혐의로 또 다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그 형이 유지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제5-2형사부(재판장 강부영)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양(19)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내린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정한 양형이 유불리 정상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여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며 원심이 정한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형 선고 전 ”이 사건의 경우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를 생각하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고, 앞길이 창창한 피고인을 생각하면 한번만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보여 고민한 결과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A양은 2020년 9월 25일 또래 7명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B양(2020년 사망 당시 16세)이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허위 내용으로 명예훼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양은 과거에도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며 B양을 협박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SNS 단체 방에 B양과 친구들을 초대해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고 모욕했다. A양은 이전에도 B양을 협박, 폭행하고 현금 3만500원을 빼앗기도 했다.

B양은 2020년 9월 단체 대화방에서 모욕을 당한 몇 시간 뒤 극단선택을 했다. B양은 2019년 성폭행 피해를 입었는데, 성폭행 가해자의 선고공판을 열흘 앞둔 상황이었다.

A양은 2021년 인천시 부평구 모텔에서 지적장애 3급인 여고생의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고 오물을 붓는 등 이른바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의 주범이기도 하다. A양은 당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한편, A양과 함께 채팅방에 ”B양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게재한 C군(18)은 소년부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