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검사 사무실’ 차려 영상통화... 133명에 200억 뜯어낸 보이스피싱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벌여 200여억원을 가로챈 한국인 조직원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중국 항저우에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콜센터를 만들고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3명으로부터 20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등)로 A(41)씨 등 8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 등이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찰 수사관과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 등 3단계로 신분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처음엔 검찰 수사관으로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전화해 “당신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고 속이고, 이어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자금추적을 위해 정상 자금인지 확인해야 하니, 계좌의 현금을 뽑아 직원에게 건네라”면서 악성 앱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정상 대출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대출금을 모두 받아 그 자금도 같이 보내라”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검사 사칭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을 가로챘다면, 금융감독원 직원 사칭 단계에서는 대출을 유도하고 그 돈까지 받아 챙긴 것이다.
이들은 가짜 검찰 사무실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영상통화로 내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이 만든 검찰 사무실에는 위조된 검사 신분증과 구속영장 등 공문서, 압수수색시 사용되는 검찰 박스, 법복, 검찰 깃발 등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한 사건에서 41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자 수사에 나서 중국내 조직원 60명을 특정,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중국 공안과 협력해 이들 조직의 소재지를 급습했고, 현장에서 범행 중이던 한국인 범죄조직원 8명을 붙잡아 국내로 송환했다. 앞서 경찰은 이들 조직의 하부 조직원 14명을 붙잡았고, 중국 내 송환 대기 인원 1명까지 포함해 총 23명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 기관에서는 영상통화를 통해 사무실을 보여주거나 현금 제공 및 대출 실행을 유도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1만여건의 유사 사건 및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 대한 추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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