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30석” 양향자‧금태섭에 조국까지? 신당의 힘 얼마나 될까
‘제2의 국민의당’ 노리지만 “끌리는 인물 없다” 회의론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22대 총선을 300여일 앞둔 지금, 정치권 내 신당 창당을 위한 열기가 날씨만큼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거나 창당설이 제기되는 그룹만 약 5개에 이른다. 제각각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어떻게 손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선거판에 미칠 영향력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거물급은 없고 기시감만 짙은 인물들 중심으로 신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란 회의론도 적지 않다.
현재 정치권 내 신당 창당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로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금태섭 전 의원,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 손혜원 전 의원‧김남국 의원,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이미 신당 창당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경우도 있는 반면, 아직 '설'에 머물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제3지대 흥행이라는 대의 아래 조금씩 함께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태섭-정의당 신진 연대…민주는 조국 창당설 '시끌'
가장 먼저 명확히 신당 깃발을 꽂은 인물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다. 양 의원은 최근 서울 마포구에 당사를 마련하고 '한국의 희망'이라는 당명을 공개하는 등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6일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 참여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양 의원은 현재 현역 의원이 5명 이상이 신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 의원은 지난 2021년 보좌진 성 비위 의혹 등으로 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후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양 의원이 광주 서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만큼,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다소 약화돼 있는 호남을 기반으로 당세를 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음 창당 주자는 금태섭 전 의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제3지대론을 가장 먼저 띄웠던 금 전 의원은 이미 오는 9월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해 연내 창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당에 함께할 발기인 명단은 9월 공개할 방침이다.
금 전 의원은 '수도권 중심의 30석 정당'을 구체적인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는 기존 정치인보다 2030 청년 세대와 함께하는 데 더욱 주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당 또한 기성 정당과 다를 바 없을 거란 세간의 인식을 깨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당이 존폐 기로에 놓여 있는 정의당에서도 신당 창당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당 신진세력인 장혜영‧류호정 의원과 조성주 전 정책위부의장이 '세 번째 권력'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기존의 정의당으로는 안 된다"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끝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의 정의당 틀을 유지하자며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는 당 지도부와 사실상 다른 노선을 택하면서 이미 당내 균열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금태섭 전 의원과 자주 접촉하며 연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 13일 금 전 의원이 이끄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의 2차 토론회를 류호정 의원이 주최한 바 있다. 조성주 전 정책위부의장은 지난 달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금 전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얘기할 만한 게 없다"면서도 "올해 하반기쯤 구체적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 쪽에선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과 광주 출마설이 가장 뜨겁다. 조 전 장관의 차기 총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던 가운데, 지난 16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조 전 장관의 창당설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빠르게 이슈화됐다.
박 전 원장은 "조 전 장관이 '새 길을 간다'고 밝힌 걸로 봤을 때 민주당을 택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 혹은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다"며 "팬덤 정서가 강한 광주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선 "말도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 창당설에 대해 "개똥같은 소리"라며 "조 전 장관이 문자로 2심 재판에 전념하고 싶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에선 '코인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과 손혜원 전 의원의 창당설이 돌기도 했다. 손 전 의원이 "김 의원은 내가 살린다"며 호남을 기반으로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전하면서다. 또한 손 전 의원은 전라남도 목포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악연' 박지원 전 원장의 당선을 어떻게든 막겠다며 총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새 인물 내세우는 신당만이 살아남을 것"
이 같이 그 어느 때보다 파이가 큰 제3지대를 선점하기 위한 신당 창당이 우후죽순 추진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신당에 대한 대중의 '바람(wish)'은 분명한데 '바람(wind)'을 일으킬 만한 인물도 어젠다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무당층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스란히 이들에 대한 지지로 향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거론되는 창당의 주체들은 대부분 기성 정치권에 몸담고 있다가 여러 이유로 주류에 편입하지 못한 이들이다. 2016년 호남에서 국민의당 열풍을 이끈 안철수 의원에 견줄 '거물급'도 눈에 띄지 않아 지지층을 만드는 데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 그 이상의 가치관과 방향이 뚜렷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 얘기 나오는 신당들은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다. 역시나 기존 정당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선거 앞두고 '이삭줍기' 하듯 모으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당에 실망해 30% 넘는 이들이 무당층에 머물고 있다고 해서 총선서 20~30석씩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중 다수가 총선 때 다시 양당으로 흡수될 것이며,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정치 무관심층'도 상당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진짜 대안이 될 만한 새로운 인물을 찾아 내세우는 것이 신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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