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보이스피싱’ 잡았다…41억, 18억씩 거액 뜯은 수법은?

송인걸 2023. 6. 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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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화가 오면 대부분 시민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기 전화 피해는 여전히 발생한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중국 항저우에 콜센터를 둔 60명 규모의 국제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수사해 2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관리책 조아무개씨(41), 이아무개(35)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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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 콜센터 60명 규모 조직…23명 검거
지난해 41억, 재작년 18억 1명한테 거액 뜯기도
박종혁 충남경찰청 수사과장이 21일 오후 충남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국제 전화금융사기 조직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제공

“서울중앙지검 금융기업범죄전담부 김동수 수사관입니다. 이××씨 본인 맞습니까?”

이런 전화가 오면 대부분 시민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기 전화 피해는 여전히 발생한다. 범행 수법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중국 항저우에 콜센터를 둔 60명 규모의 국제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수사해 2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관리책 조아무개씨(41), 이아무개(35)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결과를 보면, 조씨 등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며 의사 ㄱ씨에게 전화해 ‘사기 사건에 연루돼 수십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속인 뒤 ‘계좌 잔고가 정상적인 자금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상 대출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모두 41억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2021년에도 ㄴ씨에게서 18억원을 빼앗는 등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3차례에 걸쳐 200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콜센터에서 검찰(경찰) 수사관,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1단계로 김동수 혹은 이호진이라고 밝히는 가짜 수사관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해 계좌 잔고 등을 확인하고 범행 대상을 정하면, 2단계로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 인적 등을 넘겨받아 영상통화를 하면서 가짜로 꾸민 검사 신분증, 법원이 발부한 영장 등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믿게 해 예금을 갈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단계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접근해 ‘명의 도용사건이므로 대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피해자에게 대출을 받도록 유도해 대출금마저 가로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국제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려고 사용한 가짜 검찰청 공문서. 충남경찰청 제공

경찰이 공개한 이들의 가짜 검찰 공문서에는 검찰 마크와 수신자, 문서 제목, 결재란과 기관 직인은 물론 검사장 사인과 기안자, 담당과장, 조사관 이름과 서명이 적혀 있었다. 법원의 고소사건 문건도 법원 마크가 선명하고 사건번호, 담당 검사 이름이 인쇄돼 있었으며 목록에 피해자와 중고물품 거래 누리집, 피해물품, 금액, 고소인 이름과 서명도 있어 실제 사건 관련 공문서처럼 보였다.

이승태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조씨 등은 범행 초기에 피해자들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악성 앱은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등에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를 할 경우 이를 조씨 일당이 받을 수 있게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18억원 피해자인 ㄴ씨는 경찰에서 “이런 수법으로 4억원은 예금, 14억원은 대출금을 사기당했다. 지금도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중국의 정보통을 통해 국제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2017년부터 항저우를 근거지로 삼아 사기 행각을 벌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협력을 요청해 콜센터에서 사기 범행을 하던 한국인 8명을 붙잡아 지난 8일 한국으로 압송했다. 경찰은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수사상황실에서 2017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국제 전화금융사기 사건을 분석해 조씨 조직이 유사 사건으로 분류한 1만2천건을 저질렀는지 등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유재성 충남경찰청장은 “경찰청의 수사 지원으로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해 피의자 검거 및 송환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들의 여죄는 물론 피해자들의 피해복구를 위해 범죄수익 추적 수사도 하고 있다”며 “국가기관에서는 절대로 전화로 수사 사실을 통보하고 조서를 받거나 현금 제공 및 대출 실행 등을 하지 않는다.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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