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과외앱서 54명에게 말걸어…'살인 암시' 메모도 발견

검찰,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우발적 살인' 주장하던 정유정, 檢서 계획 살인 인정
분노표출을 살인으로…사이코패스 성격 더해져 범행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과외앱으로 접근해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이코패스적인 성격까지 더해져 어린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묻지마 살인으로 풀었다는 것이 검찰이 판단한 범행 동기다. ‘신분탈취 목적’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21일 정유정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50분 과외앱을 통해 ‘중학생 학부모’로 피해자에게 접근했던 피해자 집을 방문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후 미리 준비한 다른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한 후, 피가 묻은 자신의 옷을 벗어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27일 새벽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한 공원에 사체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은 유기 당일인 27일 경찰에 체포된 이후부터 “과외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다가 다툼이 생겨 발생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후 검찰 단계에서 계획적 살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유정이 계획적으로 혼자 거주하는 여성을 물색한 후, 중학생 딸이 과외를 받으러 가는 것처럼 말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살해했다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정유정은 과외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피해자를 포함해 무려 54명의 과외강사들에게 대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에 대한 압수수색에선 정유정이 작성한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내용의 메모와 ‘살인방법’, ‘사체 유기’ 등의 인터넷 검색내역이 확인됐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 “불우한 성장 과장,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범행을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정유정은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데에 거리낌 없는, 사이코패스적 성격적 특성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소위 ‘묻지마 살인’을 통해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혼자 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분 탈취’ 목적 가능성에 대해선 “정유정은 살해하기 용이한 조건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신분 탈취 목적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유정이 피해자 옷을 입었던 부분에 대해선 “살해 범행으로 자신의 옷에 혈흔이 튄 상태에서 외부로 나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과외앱을 통해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학생으로 가장해 접근한 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사안”이라며 “정유정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또록 공소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