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상표권료 안받은 호텔롯데…법인세 취소소송 승소

상표권 무상제공 세금 28억원 놓고 세무당국과 소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김호영 기자>

상표권자가 상표권료를 받지 않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면, 탈세 목적 부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호텔롯데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3년 2월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다. 세무당국은 호텔롯데 계열사인 롯데GRS(옛 한국롯데리아)가 ‘롯데리아’ 상표의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세금을 줄이려고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아 소득을 부당하게 줄였다’고 의심했다.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은 롯데리아 상표권 사용료를 추정해 호텔롯데의 수익금에 더한 뒤 2008년∼2012년 사업연도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추가 부과했다. 법인세는 조세심판원을 거쳐 법인세 부과 규모가 120억원으로 줄었지만, 호텔롯데는 상표권 무상제공에 세금 28억원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롯데호텔의 손을 들어줬다. 호텔롯데가 롯데리아 등으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이 비정상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롯데리아 상표를 영업에 사용하면서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 롯데리아가 직접 지출했다”면서 “상표권자인 호텔롯데는 롯데리아 상표를 등록한 이후에도 영업에 사용하거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롯데리아 상표가 가지는 재산 가치는 대부분 한국 롯데리아에 의해 형성됐다”고 소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상표개발·가치향상과 관련해 수행한 기능과 투여한 자본, 수익창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