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기지 전자파, 기준치 ‘530분의 1?’…주민들 “출력값 공개 안한 자료 못 믿어”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자 21일 인근 주민 등 사드 반대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달 11일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접수한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댓값이 0.018870W/㎡로 인체보호기준(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에 그쳤다는 것이다. 주민 등이 가장 우려한 전자파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사드반대 단체와 주민 등이 연대한 사드철회평화회의는 환경부 발표와 관련해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사드 레이더 장비의 출력과 측정값 간 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측정값만 나오는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파 측정은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 측정 결과를 반영해야 하지만 이번 조사는 4개월 만에 졸속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강현욱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사드 레이더를 작동하고 전자파를 측정했는지, 작동했다면 그 강도가 ‘강’인지 ‘약’인 조차 설명이 없다”며 “사드 레이더를 어떤 모드로 가동해 (전자파를) 측정한 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사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사드 부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일반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주민들도 알 수 없는 주민대표가 비공개로 선정돼 평가 항목을 결정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걸쳐 요식·형식·기만적인 행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사드 기지 부지(70만㎡)에 대한 평가 작업으로 사드체계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국방부는 미국 측에 공여된 사드 부지가 약 32만여㎡라는 이유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한 뒤 2017년 4월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을 임시배치했다. 이후 발사대 4기 등이 추가 배치됐다. 정부는 2022년 9월 나머지 땅을 미군에게 넘겨줬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노곡리에서 암환자가 12명이 발생했고 7명이 사망했다. 불과 100여명이 사는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핸드폰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나오지 않는다는 측정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69)도 “주민들이 요구하고 확인해 달라는 자료를 (정부가) 왜 숨기는지 모르겠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부에 질려 주민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6~8월 소성리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기초조사’ 결과를 보면, 심층면접조사 참여 주민 모두 불안장애 증상을 보였다. 이 중 9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인 ‘경계 수준’을 보였고 7명은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수면 시간이 하루 4시간 미만이며 수면 도중 깨는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주민은 7명이었다.
강현욱 대변인은 “정부가 사드 배치를 위한 행정상 마지막 단계에 착수한 만큼 향후 투쟁 방안을 여러 단체와 논의하겠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6211029001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기현, ‘당원게시판’ 논란에 “한동훈 가족이 썼는지만 밝히면 될 일”
- [속보]검찰,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이재명 대표 불구속 기소···“1억653만원 사적 사용”
- [공식] 에일리, 최시훈과 내년 4월 결혼···“고맙고 든든한 사람”
- 우상호, 이재명 판결에 “판사 감정 개입…비명계, 아무도 움직이지 못할 것”
-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성남 땅 ‘차명투자’ 27억원 과징금 대법서 확정
- 명태균 “윤 대통령 지방 가면 (나는) 지 마누라(김건희)에게 간다”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친명 중진’ 정성호, 판사 탄핵 주장에 “바람직하지 않다” 자제 촉구
- “한강 프러포즈는 여기서”…입소문 타고 3년 만에 방문객 10배 뛴 이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