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기초학력 끌어올린다'…공교육 제고방안 실효성 있을까

김수현 2023. 6. 21. 13: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등주의에 공교육 약화·사교육 팽창…기초학력 국가책임 강화"
기존 대책 열거 수준…자사고·외고 존치, 사교육 대책과 배치 지적도
초등학교 교실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21일 내놓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최근 가파르게 하락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학생들을 경쟁에서 자유롭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 평가로 전환하고 획일적인 평등주의 교육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결국 공교육 약화, 사교육 팽창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내용 중에는 '고교학점제 2025학년도 전면 도입 확정'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기존 정책을 열거한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수능 킬러문항을 지적하면서 사교육 경감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으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존치 등의 대책은 사교육 경감 방침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표집평가 전환 후 기초학력 미달 급증…사교육비 역대 최대

[그래픽] 학업성취도 평가 기초학력 미달 비율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학생들의 학력 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는 최근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실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은 최근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1수준 학생 비율은 중3 국어의 경우 2017년 2.6%에서 지난해 11.3%로, 중3 수학은 7.1%에서 13.2%로 뛰었다.

고2의 경우 영어는 2017년 4.1%에서 2022년 9.3%, 수학은 9.9%에서 15.0%로 1수준 학생 비율이 확대됐다.

학생들의 학력뿐 아니라 학교생활 만족도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행복 수준 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인 50.1%가 '낮다'('낮음'+'매우 낮음')고 답했다.

학교 수업에서 만족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가 학원을 찾으면서 그사이 사교육은 거침없이 몸집을 불려 지난해 역대 최고인 25조9천538억원으로 치솟았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력이 하락하고 학교생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은 공교육 질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평등주의에 입각한 정책으로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고 학력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성장에 결정적인 시기인 초3,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내년부터 이들 학년의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

학력 진단도 강화해 학년 초 시행하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초3, 중1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에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한편, 평가 대상을 지난해 초6, 중3, 고2에서 내년까지 초3∼고2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존치하기로 했다.

'일반고 황폐화 논란'으로 이전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계속 두기로 한 것은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공교육 내에서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사교육 의존을 막겠다는 의미다.

고교학점제로 공교육 강화?…AI 디지털교과서 등 '재탕'

서울 시내 학원 밀집가에 특수목적고 입시전문을 알리는 학원 간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초3, 중1 학생 모두를 학년 초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 적극적으로 권고하면서 교육감 성향에 따라 일제고사 논란으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학력 진단을 강화하기로 한 조치가 학생·학교·교육청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존치 방침의 경우 학교 교육 다양화 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교육을 되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들 학교는 입시 경쟁을 심화시켜 사교육 과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자사고를 희망하는 초등·중학생의 월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61만4천원, 외고·국제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55만8천원으로 일반고 지망 학생의 사교육비(36만1천원)보다 컸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입시로 빚어지는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 통합전형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이번 대책을 통해 사회 통합전형으로 미충원된 인원의 50%를 일반 전형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학교 교육력 강화를 위해 시행하겠다고 밝힌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은 기존에 발표됐던 정책인 데다 시행도 2025년부터여서 '정책 시차'도 있다.

두 정책이 자리 잡아 교육부 기대대로 잠자는 교실을 깨우고 공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또 고교학점제,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제도는 '공교육 살리기'라는 목적과 달리 학교 수업이 자칫 더 '파행' '졸속'이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지난주 수능의 공교육 밖 출제 배제를 지시하고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강도 높게 저격하면서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강화를 주문한 데 반해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 강화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일관되고 확실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며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그에 따른 학교 현장의 대대적인 연수 등) 오늘 발표된 내용들도 상당히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또 자사고, 외고 존치와 관련해서도 이 부총리는 "사교육 유발요인 제거를 위한 대책이 들어가 있다. 사교육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다양성, 자율성을 위해서는 존치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교육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나 공통과목(주로 고1 과목) 내신 전면 성취평가제(절대평가)는 도입되지 않는다. 초3·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정해 학교가 학습지원을 강화하도록 하고,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체계는 계속 유지한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porqu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