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고공농성 김준영’ 최임위 노동자위원 직권해촉 제청

한국노총 새 추천위원엔 “공동정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노동자, 공익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에서 직권해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가 노동자위원을 직권해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은 “강제해촉”이라며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연행된 ‘광양사태’로 첨예화된 노정갈등이 최저임금위원회로 번졌다.

노동부는 21일 “지난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해 법에 따라 직권으로 위원 해촉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직무태만, 품위손상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해촉 사유로 규정한다.

노동부는 “김준영 사무처장이 불법시위 및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것은 노사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라며 “노동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노총에 현행법상 적합한 위원을 추천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지난 13일 4차 전원회의에서 김준영 사무처장의 표결권은 노사 합의가 되면 한국노총이 추천한 인사에게 위임하고, 합의가 안 되면 운영규칙 개정 표결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규칙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 직계 존·비속의 결혼 또는 사망 등 두 경우에만 대리표결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운영규칙 개정 표결이 진행돼야 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지난 16일 한국노총에 김준영 사무처장을 해촉하고, 새 노동자위원을 위촉하는 절차를 빠르게 밟자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노총은 내부 논의 끝에 새 노동자위원을 추천하기로 하고, 지난 20일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노동부에 추천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김준영 사무처장의 고공농성 진압을 막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을 공동정범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김만재 위원장은 “현행법상 적합한 위원”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회의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새 위원을 추천하라는 노동부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그러나 새 위원을 추천하는 것과 해촉사유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품위손상이라는 것은 노동부 판단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속상태인 점을 이용해 강제해촉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짚었다.

노동계는 운영규칙 개정 대신 ‘김준영 사무처장 해촉·새 노동자위원 추천’으로 판이 바뀐 것에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동부가 김준영 사무처장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뒤늦게 해촉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용산 대통령실 심기를 살피고 있어 구속된 김준영 사무처장의 표결권이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