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밀린 '공교육' 힘받을까..떨어진 '학력' 끌어올릴 해법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개혁 현안 추진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학생들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대상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로 넓힌다. 내후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되 내신 변별을 위해 공통과목에 대한 석차 9등급제를 유지한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해서도 존치 결정을 내렸지만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의무화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건강한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혁신해나가겠다"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저하와 치솟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교육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로 최근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수평가로 실시하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2017년)한 이후 지난 6년간(2017~2022년) 기초학력 미달(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1수준) 비율이 3배 가량 크게 증가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에서도 읽기 성적과 국제 순위가 하락 하는 등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성취수준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우선 기초학력·기본인성 교육을 국가책임으로 강화한다. 이를 위해 초3과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 별개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중3·고2 3% 표집)보다 대상을 확대한다. 해당 전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도 적극 권고할 예정이다. 학생들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감이 결정하지만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이를 반영해 참여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학습능력 진단 결과에 따른 중점 지원대상인 현 기초학력 미달(전체의 5%) 규모도 2025년까지 중·하위수준 학생(전체의 30%)까지 단계적으로 넓혀 나간다. 내년부터 언어와 수리, 디지털 소양 강화를 위해 학습도약 계절학기(가칭)를 도입하고, 기초학력 미달 초6, 중1·3 학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을 활용해 보충학습 등을 받는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3월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 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대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등급 병기를 폐지한다. 다만 전 과목을 대상으로 학업성취율 40%+과목 출석률 3분의2 이상 등 '이수기준'을 적용해 최소한의 성취 수준을 보장하게 하고, 고교학점제로 학생이 이수한 과목 특성이 대입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학에 제공되는 정보도 늘린다.

'공통과목'의 경우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 확보를 위해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한다. 교육부는 당초 경쟁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석차를 5등급제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교육현장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총리는 " 마지막까지 찬반이 굉장히 팽팽했다"며 "현장의 부담이 크다는 의견들이 더 강하게 제시가 되면서 일단 교육계가 전부 힘을 합쳐 함께 갈 수 있는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아간다는 취지에서 미뤄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의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내후년 일반고로 전환 예정이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한다. 사교육 영향 등을 낮추기 위해 자사고의 경우 모집정원의 20% 이상을 해당 학교 소재 시·도 학생으로 채우는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한다. 오승걸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자사고 선발제도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한 지가 꽤 오래됐고, 과거 사교육에 의존했던 지식 중심 선발제도를 차단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교육 유발이 새롭게 발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역 전형은 자사고에 대한 집중·쏠림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아울러 공교육 강화를 위해 교사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수업 잘하는 교원이 우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수석교사 배치도 올해 77명에서 내년 200명 내외로 확대한다. 각종 행정 여건 개선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위 학교별 공통 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의 통합지원센터에서 수행하도록 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선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 이밖에 학생 생활지도의 범위·기준 등 세부사항 법령에 명시하고 매뉴얼도 개정한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 강화는가장 중요한 업무"라며 "추가적으로 현장의 수요도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