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공기 문 개방’ 국내 첫 사례 30대 구속기소

백경열 기자 2023. 6. 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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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공항에 착륙 중인 항공기의 비상 출입문을 연 이모씨(32)가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착륙하던 항공기의 비상문을 강제로 연 혐의를 받는 3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공공수사부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이모씨(32)를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낮 12시37분쯤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공항 상공 약 224m에서 시속 260㎞ 속도로 하강하던 중 비상 탈출구 출입문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항공기 외부 비상구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져 나가게 하는 등 항공기를 훼손해 6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197명이 타고 있었다. 이씨의 난동으로 항공기에 타고 있던 초등학생 등 9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착륙 도중 항공기가 폭발할 것 같다는 비정상적인 불안감과 초조함을 갖고 밖으로 내리겠다는 충동에 비상문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항공기 출입문 개방 직후 기내로 강한 바람이 들어오자 좌석에 앉아 있다가 항공기가 완전히 착륙한 후 탈출구 밖으로 뛰어 내리려고 시도했다.

피고인이 탈출구를 통해 뛰어내리려 하자 승무원 2명과 승객들이 즉시 제압했다. 이씨는 대구공항 지상직 직원에게 범행을 시인했으며, 비상문 조작 레버에서 이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씨는 가족이 살고 있는 대구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항공기를 탄 것으로도 조사됐다. 항공사측은 피고인에게 정신과 약물 복용 여부를 문의한 후 비상구 좌석을 배정했으며, 탑승 수속 과정에서도 이상 증세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항공기 승무원과 주변 승객, 항공권 발권 직원, 피고인의 가족·지인 등을 조사하고 이씨의 휴대전화 메시지 및 범행 전·후 행적 등을 파악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이 사건은 승객이 운항 중인 항공기의 출입문을 연 국내 최초 사례로 항공운항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범죄”라면서 “최근 비상문 개방을 시도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 등 모방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만큼 항공기 운항을 위협하는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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