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출제 전력 내세워 “가장 실전같은 모의고사” 대놓고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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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학원 모의고사를 안 풀면 바로 도태되는 분위기예요.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고 '준킬러 문항'이 늘어나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고교 2학년생 박모(17) 군은 "실제 수능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질 좋은 고난도 문제를 확보할 수 있는 사설 모의고사를 닥치는 대로 모으고 있다"면서 "유명 학원의 모의고사는 풀면서도 확실히 문제의 질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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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배제’ 발표에도
‘족집게 마케팅’학원 북새통
月50만원 모의고사 패키지도
수험생 “사설 모의고사 필수”
준킬러 문항 설명회도 등장
“유명 학원 모의고사를 안 풀면 바로 도태되는 분위기예요.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고 ‘준킬러 문항’이 늘어나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21일 오후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설 모의고사 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8회에 걸쳐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는 A 업체 대표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출제위원 경력은 물론이고, 출제위원 출신의 교수와 교사가 모의고사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밝힐 정도다. ‘가장 수능에 가까운 모의고사’라고 소개되는 이 모의고사는 전국 300여 개 학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출제위원들은 자신의 경력을 대외적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들은 출제 경력을 비밀로 한다는 서약을 하지만 해당 학원의 경우 위반 시 처벌을 규정한 2016년 이전에 출제위원을 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원업계 관계자는 “현직 교사들이나 교사 출신 학원 강사들에 의해 출제되는 경우가 암암리에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수능 출제위원 출신, 현직 교사 출신 연구진이 학원들의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족집게 모의고사’로 인기를 얻은 B 학원은 대기표를 손에 든 학부모와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19) 씨는 “킬러 문항을 없애 난도가 떨어지면 실수 한 번으로 나락으로 떨어질까 불안하다”며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 해도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들이 내놓는 양질의 문제들을 무조건 많이 풀어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이 학원은 학원 수강생들에게만 제공하는 자체 모의고사 덕에 명성을 키웠다. 모의고사 ‘한 달 풀 패키지’의 가격은 50만 원이 넘는다. 학부모 조모(53) 씨는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런 모의고사를 꼭 챙겨야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며 “문제의 질도 질이지만 실제 수능 환경에 맞게 타이머를 재고 다 같이 푼다는 ‘현장감’도 중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나 EBS 교재에서 찾기 힘든 양질의 고난도 문제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사설 모의고사가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고 전한다. 초고득점을 원하는 고 3 상위권 학생뿐만이 아니라 중상위권 학생들도 고 1~2학년 때부터 사설 모의고사를 찾아다닌다. 고교 2학년생 박모(17) 군은 “실제 수능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질 좋은 고난도 문제를 확보할 수 있는 사설 모의고사를 닥치는 대로 모으고 있다”면서 “유명 학원의 모의고사는 풀면서도 확실히 문제의 질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6월 모의평가, 9월 모의평가 전에 다 같이 모여 사설 모의고사를 모여서 푸는 문화가 점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들은 빠르게 정부의 새로운 수능 방침에 맞춰 ‘불안 마케팅’에 돌입했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요즘 학원가는 기존 전략인 ‘킬러 문항’ 위주 전략을 수정해 ‘준킬러 문항’ 대응을 위한 커리큘럼을 새로이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C 학원에선 고등학생 입시설명회가 이날에만 5건 열렸다.
수능 5개월을 앞두고 정부가 갑작스럽게 수능 출제 방향을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사교육은 ‘경쟁’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없어질 수 없다”며 “킬러 문항이 사라지든, 계속되든 사교육 시장이 줄어든다고 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승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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