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로 염원한 평화... 평택서 우크라 실내악단 공연
“아직 무섭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연주할 수 있어 기뻤고 평화를 위해 기도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난 20일 평택을 찾은 우크라이나 이바노프란키우스크 필하모니 챔버오케스트라(이하 챔버오케스트라) 단원 마리아 보디아나씨(23·여)는 이같이 공연 소감을 말했다.
이날 평택 남부문예회관에선 우크라이나에서 온 챔버오케스트라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열연을 펼쳤다.
지난 13일 한국에 입국해 오는 7월9일까지 서울 국회의원회관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등지를 돌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평택 공연은 올해 첫 국내 공식 일정이다.
평택시문화재단 주최·주관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현재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아카데미 교향악단과 자포리자 필하모니에서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김현국 지휘자와 챔버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이뤄졌다.
첫 무대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미로슬라브 스코릭의 ‘멜로디’로 시작했다. 지난해 전쟁 발발 후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의미로 연주하는 곡이다. 전쟁의 참화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서글픈 선율이 울리자 객석은 숙연해졌다.
이어 프리홋코 안젤라 챔버오케스트라 악장이 바이올린 솔로로 스코릭의 ‘카르파티아 광시곡’를 연주했다.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표현하듯 선율은 경쾌했다.
한국 음악가도 챔버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권오혁 피아니스트는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을 함께 연주했다.
방세원 바이올리니스트, 최주연 첼리스트, 김한길 피아니스트는 브람스의 곡을 드레즈닌이 피아노 삼중주와 현악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헝가리 환상곡’을 협연했다.
한층 격정적으로 피아노를 치고 현을 켜며 열연하는 두 나라 음악가의 모습엔 전쟁의 참화가 불러온 비극을 녹여내려는 듯했다.
마지막 곡은 우크라이나 국가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도다’였다. 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한국 음악가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고 관객 모두 객석에서 일어났다. 연주가 끝나자 기립한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가 터졌다.
이번 국내 공연을 기획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자 주한 우크라이나문화원장인 김영근 지휘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연락이 닿는 단원을 찾아 평화 기원 음악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연락조차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전시 상황이지만 지난 2003년부터 20년 동안 ‘대한민국-우크라이나 국제교류음악제’의 일환으로 이뤄지던 공연을 멈출 순 없었다.
그는 “공연으로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 했다”며 “음악가로서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공연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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