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전고체 도발…눈하나 깜짝 안하는 K-배터리

강지용 2023. 6. 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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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출시할 것"
국내 업계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 많아…초고가 콘셉트카로 나올 것"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2027년 시장에 내놓겠다는 토요타의 야심 찬 계획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분야 지각생' 토요타가 선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로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는 최근 '테크니컬 워크숍'을 열고 개발 중인 신기술을 소개했다. 사진은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 플랫폼을 탑재한 자동차 시제품 [사진=토요타]

다만 업계서는 이번 계획을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던 토요타가 '전기차 분야도 강화하겠다'는 선언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최근 '테크니컬 워크숍'을 열고 개발 중인 신기술을 소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계획이었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의 내구성 과제를 극복했다"며 2027~2028년을 상용화 시기로 제시했다.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0분 이내의 시간이 걸리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토요타는 2028년 이후 출시할 고급화 전고체 배터리 탑재 모델은 1회 충전에 1천500km까지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부터 배터리 개발을 위한 새 조직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액과 음극재 등의 소재를 고체화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현저히 적다. 그 덕에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활물질을 채워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1천km 이상까지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충전 속도도 빨라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1천km 이상까지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충전 속도도 빨라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사진은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토요타]

토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지난 13일 "훌륭한 소재를 찾았다"며 "글로벌 시장에 뒤지지 않고 반드시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토요타는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지만 전기차 분야는 경쟁 업체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판매한 전기차는 약 2만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게 가능하다. 이미 2020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시험 주행을 이뤄내는 등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1천개 이상 획득했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삼성SDI는 이를 올해 상반기 내에 준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토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지난 13일 "훌륭한 소재를 찾았다"며 "글로벌 시장에 뒤지지 않고 반드시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토요타]

국내 이차전지 분야 최강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오는 2026년으로 앞당겼다. 이를 위해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2'에 6천억 원을 투자해 2024년 말까지 마더라인을 구축하고,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전 세계 배터리 생산공장의 글로벌 기술 허브인 '마더 팩토리'로 키울 계획이다. 업계는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전고체 배터리 마더 라인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완전 상용화까지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를 구현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고체 전해질은 이온이 흐르는 것이 아니고, 고체 격자 사이에서 이동한다.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비싼 제조원가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의 제조원가는 고체전해질 주원료인 황화리튬(Li2S)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5배 이상이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최대 충전 횟수도 수백 번에 불과해 상용화에 필요한 수천 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해액과 음극재 등의 소재를 고체화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현저히 적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에서 일부 상용화까지 10년이 걸린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고바야시 히로노리 총괄연구주임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용화 초기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고급 모델 등 일부 차종에 한정돼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도 "2027년 정도면 일반 소비자 판매용이 아닌 상징적인 콘셉트카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고, 가격도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는 오랜 시일이 걸려 토요타의 이번 발표도 선언적인 성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력이 발전하는 동안에 우리가 앞선 리튬이온 배터리도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보다는 2030년 이후에 등장할 차세대 모빌리티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계자는 전망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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