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배제에…발 빠른 대치동에선 '준킬러' 설명회
< '발 빠른' 대치동 >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빼겠다고 했습니다.
사교육 도움 없이 교과 과정에서만 배우기는 어려운 문제들인 건데요.
그러자, 입시 학원가를 상징하는 '대치동'은 맞춤 설명회를 열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정부가 변화를 주는 게 사교육을 줄여보자는 건데 사교육계는 '그 변화'를 또 기회 삼아 움직이고 있군요.
[기자]
다섯 달밖에 남지 않은 수능이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니까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죠.
학원가에선 '킬러 문항' 만큼은 어려운 건 아니지만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른바 '준 킬러 문항'을 집중 공략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 관계자 이야기 들어볼까요?
[학원 관계자 : 준 킬러에서 승부가 나오는 거죠. 숙련을 시키는 거죠. 그런 문제를 계속 접하게 하면서 빨리 푸는 연습을 시키고.]
[캐스터]
그런데, 저는 사실 입시에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는데 '킬러 문항'이라는 게 뭐예요?
[기자]
수능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 넣는 초고난도 문제들인데요.
국어 비문학, 교과 융합형 문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볼까요?
이게 지난해 수능 국어 17번 문항입니다.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와 관련한 지문인데요.
체중 증가율과 기초 대사량 증가율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를 설명합니다.
제가 말하면서도 뭔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지문을 다시 읽어봐도 이해가 안 갑니다.
이게 국어 능력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냐는 거죠.
2019학년도 국어 31번 문제도 볼까요?
대표적인 '킬러 문항'으로 회자되는 문제입니다.
국어 영역인데 물리학을 물어봐요.
저 아까 쭉 읽어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과학과 철학이 연계된 지문인데 뜻 모를 단어들도 보입니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나온 수학 가형 30번 문제는 정답률이 2%밖에 안 됐다고 하고요.
[앵커]
정답률 2%. 그런데 이걸 맞혀야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니까 학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거군요?
[기자]
과목당 1, 2개 정도씩 나온다고 하지만 1, 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는 입시에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교과 과정만으론 배우기 어려우니까요.
일각에선 이런 '킬러 문항'이 학원가 카르텔을 만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수능 출제위원 출신 인사가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문제당 수십 수백만 원에 학원가에 팔고 학원은 수강생들에게만 제공한다는 거죠.
그러면 '킬러 문항'을 대비하기 위해 학원비가 얼마가 됐든 돈을 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카르텔을 막기 위해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건데, 이젠 '준킬러 문항에 대비하라'고 학원이 발 빠르게 학생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군요. 그럼 그걸 또 누르면, '준준킬러에 대비하라'라고 할 건지? 교육당국도 좀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겠지만, 이정도면 사교육계도 참 발 빠르다 싶습니다.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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