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유소년 스포츠 가혹행위…"폐쇄적 문화 바꿔야"

송승윤 2023. 6.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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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리틀야구단에 2년째 자녀를 보내고 있는 A군의 학부모 B씨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이 학대당해가며 훈련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자녀 소속팀과 다른 리틀야구단 감독인 C씨가 운동장을 함께 쓰는 과정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야구방망이와 야구공 등으로 폭행하고 욕설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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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지역 스포츠클럽·운동부서 논란 속출
인천 리틀야구단 피해 선수들이 쓴 진술서 [학부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송승윤 기자 = "이런 환경에 노출되게 해 부모와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합니다"

인천의 한 리틀야구단에 2년째 자녀를 보내고 있는 A군의 학부모 B씨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이 학대당해가며 훈련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B씨는 리틀야구단에서 자녀가 감독 C씨로부터 폭언과 폭행 등 피해를 봤다며 다른 학부모 11명과 함께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C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자녀 소속팀과 다른 리틀야구단 감독인 C씨가 운동장을 함께 쓰는 과정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야구방망이와 야구공 등으로 폭행하고 욕설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천·경기 지역 유소년 스포츠 현장에서 지도자나 선수 간 폭언과 폭행, 성추행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의 한 중학교에선 운동부 소속 학생이 동급생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 학교 운동부 소속 D(16)군은 지난해 5∼8월 복근을 단련시켜준다는 이유로 E(16)군의 배를 때리거나 스파링을 이유로 강제로 글러브를 끼게 하고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포FC 솔터구장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김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교 측은 지난해 10월 D군에게 출석 정지 7일 등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해 폭행과 협박 등 혐의로 D군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이 사건은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심리 중이다.

해당 학교에선 E군 등 일부 선수가 해당 운동부 코치로부터 상습 폭행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시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지난 4월에는 K리그2 김포FC 유소년팀 숙소에서 고등학교 1학년 선수 6명이 2학년 선수에게 바지를 내리게 하는 등 성추행하는 일도 있었다.

김포FC에선 1년 전인 지난해 4월에는 10대 유소년팀 선수가 지도자들의 폭언과 동료들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스포츠계에선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와 폐쇄적인 훈련 장소 등 구조적인 문제가 유소년 스포츠 내 병폐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선배나 감독·코치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나 선수들이 직접 인권 침해 사례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경기도의 한 유소년 축구클럽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전모(43)씨는 "처음엔 아이가 취미로 다니다가 소질과 의욕을 보이면서부터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부당한 일을 안 당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것은 선수 쪽이라 현실적으로 언급조차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48)씨도 "감독이나 코치 눈에 들기 위해선 아이의 역량 외에도 부모의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만두고 싶어도 아이가 또래 모임에 끼지 못할까 봐 쉽게 그러지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유소년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지도자들이 답습해온 불합리한 관행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유원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는 "종목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다가 지도자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신이 겪은 악습도 교육 과정에서 그대로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종목별 협회 차원에서도 폭행 방지를 위한 교양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정하고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aav@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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