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 이변은 없었다…거점국립대·유명 사립대 선정
사립대, 포스텍·한동대 등 인지도 있는 대학 다수
교육 당국 "유기적 연계성 고려…안배는 없었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선정 시 5년 간 국고 1000억원을 받는 '글로컬대학30' 첫 예비지정 결과를 두고 '이변은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국 지방거점국립대 9곳 중 6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사립대 역시 포항공대, 한동대 등 인지도가 높은 대학들로, '선택과 집중' 기조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21일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의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선정 결과를 보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학 19곳 중에서는 국립대가 11곳, 사립대가 7곳이다.
특히 지방거점국립대는 9곳 중 경북대, 제주대, 충남대 3곳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예비지정에 포함됐다.
통폐합을 공약한 공동신청 결과를 보면 설립 유형에 따른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국립대 간 통폐합은 4건 중 3건이, 국립대-도립대 통합은 1건 모두 뽑혔지만 사립대 간, 사립 일반-전문대 통합은 모두 떨어졌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립대들 역시 대학가에서 역량을 어느 정도 인정 받아 왔던 곳들이다. 포항공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와 겨루는 최상위권 연구중심대학이며 한동대는 무학과제 등 교육 혁신과 종교적 분위기로 입지를 유지해 오던 대학이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울산대, 인제대, 순천향대, 한림대 등도 의과대학을 보유하고 있거나 학교법인의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방대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파격적 혁신에 초점을 맞춘 당국이 지명도가 낮은 소형 지방 사립대를 선정하거나, 국립대가 대거 탈락하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 조심스럽게 예측했지만 예비지정에서 반전은 없던 셈이다.
한 충청권 대학 부총장은 "글로컬대학이 되더라도 지역을 이끌어 온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지역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그런 역량은 거점국립대가 아무래도 우선하기 때문에 예측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앞에 어려운 여건이 앞으로 더 가중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 변화에 진짜 잘 할 수 있는 대학을 계속 지원하는 게 원칙에 맞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이번 평가에서 특정 지역이나 설립 유형에 대한 안배 없이 지표 중 60%를 차지하는 혁신 계획의 담대함을 중심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인지도가 있는 대학들만 골라 뽑은 게 아니냐' 판단할 수도 있지만 지역이나 대학 실정에 따라 가장 혁신적인 구상을 낸 곳을 뽑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포항공대와 한동대는 본래부터 글로벌, 글로컬을 지향했지만 이번에 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포항공대는 학교법인 이사로 지역 인사를 더 참여시키는 등 지역성을 강화했고, 한동대는 무학과 입시를 넘어 학생 전공 선택 제한까지 풀겠다고 밝혔다.
한양대 총장 출신인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립대가 많이 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통합의 특수성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사립대가 불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립대 간 통합 신청서가 모두 떨어진 것을 두고, 김 부위원장은 "물리적인 통합은 쉽게 이룰 수 있다. 이를 통해 유기적 연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성이라는 것도 모양만 있어서 안 된다"며 "유기적 연계와 같은 것들이 아마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았기 때문에 사립대학의 통합은 이번에 선정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을 공약했다고만 해서 혁신성 점수를 높게 쳐 주지는 않았고, 통합에 따른 상승 효과(시너지)와 그에 따른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 '무엇을 하겠다'에 대한 계획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대학가는 오는 10월 발표될 글로컬대학30 본지정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글로컬대학30을 통해 개별 대학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학령인구 절벽과 맞물려 '선정되지 않으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비수도권 모 국립대 부총장은 "(오는 10월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가 나오면)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입시에는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거 구조개혁평가에서도 대상에 오르면 입시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간에는 표면화되지 않았던 지역별·대학 유형별 쏠림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을 공약하고 예비지정에 든 대학들 가운데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는데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비 지정 대학들은 1년 이내에 통합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며 "그 안에 구성원 동의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그에 준해서(구성원) 동의 절차가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 역시 "(통합은) 케미컬 본딩(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며 "교수들이 반발하는 것은 (본지정 평가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애써 구성원들을 달래고 예비지정을 통과했으나 결국 본지정에서 탈락할 경우 그동안 들인 노력이 수포가 될 수 있고, 반발과 갈등이 빚어지거나 어렵게 재개한 통폐합 논의도 다시 미뤄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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