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존재 이유 재검토"…KDI 연구원의 직격

"재검토 결과 따라서 대학 구조개혁 정책방향 설정해야"
"국립대, 학생 선택 못 받아도 존립 가능…별도 구조조정 필요"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대학 졸업생의 연봉 등 중요 정보를 공개해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립대에 대해서는 "별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립대의 존재 이유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직격하며 현행 국립대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21일 KDI에 따르면,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전날 'KDI 포커스(FOCUS):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립대의 존재 의미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통해 고 연구위원은 국립대의 존재 이유에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각 질문은 국립대가 △저소득층 학생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시장 수요가 적은 학문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것인지 △교육보다는 연구를 진흥하기 위한 것인지다.

고 연구위원은 질문에 답을 하며 "첫째 이유라면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해야 하고, 둘째 이유라면 국립대의 특성화가 필요하며, 셋째 이유라면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우수 연구자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립대의 모습은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 자체는 대학 구조조정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였다.

현재는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치적 고려의 영향을 받는다거나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졸업생의 연봉 수준, 연구실적 등 정보를 공개해 수요자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학을 고를 수 있도록 하면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연구위원이 굳이 '국립대'를 콕 집어 존재 의미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데는 국립대는 수요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다.

보고서는 국립대가 안정적으로 예산을 제공받고 있고 교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평생고용을 보장받기 때문에 굳이 어렵고 힘든 구조조정을 꾀할 유인이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정부의 고등교육재원 지원은 재학생 1인당으로 계산했을 때 국공립대학(2000만원)이 사립대학(510만원)의 4배에 달했다. 인건비 등 경상운영비에서 113배의 차이가 있었으며, 학자금에서도 사립대 못지않은 금액이 국립대에 지원되고 있었다.

KDI가 117명의 교수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수요에 따른 대학 내 입학정원 조정이 발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비율이 국립대에서 특히 높았다.

해당 비율은 수도권 국립대에서 50%, 비수도권 국립대에서 35%를 차지했다. 전체 대학의 경우 25%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었다.

또 특히 비수도권 국립대의 경우 취업률은 다른 대학보다 낮은 반면 학교 규모는 오히려 큰 상황이다.

고 연구위원은 "국립대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립대의 역할을 재검토한 뒤 "그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 관련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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