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화되는 국제 경제…'G8' 경제동맹이 새 돌파구될까

정한결 기자 2023. 6. 2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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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G7+한국, G8 시대 준비하자]③

미국과 유럽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기반으로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협력을 강화하며 또 다른 블럭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세계화와 자유무역 중심의 국제 질서가 급변하면서 한국이 기로에 섰다. 주요8개국(G8)의 일원으로 서방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는 최근 자본 리쇼어링(해외 자회사 소득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을 시도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리고, 이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약 8조원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해외 법인 유보금 중 약 8조4400억원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방법을 열어주기도 했다.

리쇼어링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 한국이 국내 투자 활성화 취지로 법인세법을 개편한 것처럼 주요 국가들은 자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완성차업계가 세액 공제 형태의 미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 한다.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도 전략적 원자재의 65%를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유럽연합(EU) 내 투자를 늘린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은 철저히 배제됐다. 미국은 IRA를 통해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원자재도 중국 등 미국의 적성국이 아닌 곳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CRMA 역시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희토류 등 원자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시도다. 미국 정계는 중국에서 퇴출당한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공백을 삼성전자가 대체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국가에 대한 서방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의 견제가 없더라도 중국 투자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인구수에 따른 거대한 시장이지만 당국의 규제 등으로 안전성이 떨어진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태로 촉발됐던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중국에서 점유율을 잃었다. 한때 연간 180만대까지 팔았지만 지난해 40만대로 급전직하했다. 최근 중국에서 거액을 투자받은 전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전자 복제판 공장 건설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등 기술 유출 문제도 불거졌다.

이런 지정학적 환경이 전개되면서 한국이 G8 편입을 통해 다양한 서방 경제블록을 중심으로 수출입 시장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은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모빌리티, 방산 등 자유서방경제 밸류체인의 핵심 요소에 대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함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G8 가입을 통한 경제동맹 강화는 공급망 재편에 따라 국내 주요 산업의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탈중국이 (국내 기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미 동맹 위주의 공급망 재편이 대세의 흐름이 되면서 중국 핵심 부품·광물 비중을 낮춰야 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미국·유럽과의 무역을 위해 탈중국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를 피할 수 없다면 탈중국에 상응하는 보상을 유럽·미국 측에 요구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도 G7 국가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소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는 6조원 규모의 '뉴지오호닉 프로젝트'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해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G10 가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구수 1위 국가 인도, 그린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에 나선 호주와의 협력 확대도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흐름에 맞춰간 하나의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 부진에도 미국·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완성차그룹 3위로 올라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하드·소프트파워 기준 세계 10대 강국"이라며 "G8 가입이 성사되면 그 자체가 국가 브랜드로,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갈등은 이미 수천년간 진행돼왔고 G8 가입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이 선진국 마인드를 장착하면 국내 생산성을 높이는 등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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