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지갑 닫는 글로벌 기업…K-가전 '역발상' 투자 나설때
[편집자주] 한국 가전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일본, 유럽 가전은 품질을 무기로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가전은 '가성비'를 앞세워 쫒아오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의 가전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4.7% 감소했다. 가전제품, 즉 세트가 살아나야 반도체도 산다. 한국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가전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지속적인 시장 축소의 돌파구를 조명한다.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일제히 비용 절감에 나섰다.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허리띠를 졸라매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가전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경쟁 기업들이 지갑을 닫은 지금이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 투자에 나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가전업체들은 올해 1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는 각각 1억 7800만달러(한화 약 2283억원), 2억 5600만 크로나(약 3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부도 영업이익 1900억원에 그쳤다. 실적이 개선된 것은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유일하다.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부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기업들은 일제히 지갑을 닫고 있다. 월풀은 실적 발표 직후 "남미와 아시아 등 주요 시장의 소비자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순매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라며 자본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도 중기적으로 6%의 영업 마진율을 설정하고 공장 투자와 마케팅 비용 등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목표치는 올해 최대 40~50억 크로나(약 5000~6000억원)의 비용 절감이다.
비용 절감의 목표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활황세 대응이다. 가전 수요가 오르면 자본 지출을 대거 늘려 프리미엄·신제품 위주로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올해 글로벌 가전 시장의 규모 6500억 달러(약 830조원)로 전망했다. 지난해 5900억 달러(약 754조원)보다 20% 이상 커졌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제품은 오는 2028년까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가 지금 선제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심화되는 하반기에 투자를 늘리기엔 시기상 늦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LG전자는 이미 한 발 앞서 투자에 나섰다. 올해 인도 노이다 및 푸네 공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 등 전자 업종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예고된 수요 급등에 대응할 수 있다"며 "불황으로 인한 투자 비용 절감은 중장기 경쟁력을 되레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경쟁 기업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서남아시아 시장 공략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남아시아 시장은 올해 예상 규모가 1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다. 특히 인도는 국내 가전제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14억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높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매출은 2020년 10조 9433억원에서 지난해 16조 1804억원으로 뛰었으며, LG전자도 같은 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신사업에 비해 가전 업종에 대한 투자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은 숙제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가전 등 전통적인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점차 개선돼 과정에 있으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시설·연구개발(R&D) 확대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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