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 없어요"…중국만 가면 맥 못 추는 K-가전, 이유는
[편집자주] 한국 가전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일본, 유럽 가전은 품질을 무기로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가전은 '가성비'를 앞세워 쫒아오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의 가전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4.7% 감소했다. 가전제품, 즉 세트가 살아나야 반도체도 산다. 한국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가전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지속적인 시장 축소의 돌파구를 조명한다.
"한국 제품은 비싼데 잘 팔리지 않고, 중국에서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중국 시장은 한국 가전업체들의 무덤으로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 등 여러 가전 시장을 호령하는 국내 기업이지만, 유독 중국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춘다. 중국 소비자 특유의 저가 제품 선호현상과 애국 소비, 수요 급감이 복합적인 영향을 줬다. 주요 도시의 매장에도 한국 제품이 자취를 감췄다. 업계는 고급 브랜드화와 새 시장을 창출해 다시 점유율 탈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청두, 시안, 톈진의 가전 매장 12곳을 무작위 선발해 문의한 결과 이 중 10곳(88%)이 한국 제품이 없거나 추가 입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 제품을 지속 배치하겠다고 한 매장은 2곳에 불과했다. 제품이 없는 매장은 현지 소비자들이 찾지 않거나(6곳), 가격이 비싸(5곳) 한국 제품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제품만 배치하겠다고 답변한 매장(3곳)도 있었다.(중복 답변)
이 결과는 한국 가전의 중국 내 입지를 잘 보여 준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0~1% 안팎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점유율은 6%로 샤오미, 하이센스(각각 1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LG전자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2조 6395억원으로, 유럽(11조 9977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2015년(3조 2606억원)과 비교해 봐도 약 20% 줄었다.
주 요인으로는 현지 소비자들의 저가 제품 선호 현상이 꼽힌다. 중국 가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2~4선 도시 소비자들은 대부분 실질 구매력이 낮다. 수백만원을 웃도는 냉장고·에어컨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 또 코로나19 시기 수요 위축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중국 국가가전산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가전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1464억 위안(한화 약 26조원)이다.
'궈차오'(애국 소비)도 장애물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이면 해외보다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이얼과 하이신(하이센스), 그리전기 등 3대 가전업체는 현지 가전시장의 70~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3개 업체 모두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하이얼은 '까싸떼'라는 브랜드로 고급 냉장고(40%)·세탁기(86%)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지 업계는 한국 가전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백색 가전시장은 내구재 소비가 저조해지면서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 우하이타오 국가가전산업정보센터 부국장은 "최근 중국 가정에서는 대형 가전 제품 교체의 필요성이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며 "주민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가전 소비도 침체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뷰티 가전이나 식물 재배가전, 의류관리기 등 새 가전은 아직 중국 업체가 약세다. 특히 뷰티 가전시장의 경우 중국 내에서도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현지 시장조사기관 쯔옌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가정용 미용기기 시장 규모는 약 115억 위안(약 2조원)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LED 마스크나 에센셜 부스터, 탈모 치료기기 등 '프라엘 라인업'을 앞세워 홈뷰티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LG전자에 새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도 한국 가전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문제는 높은 가격과 떨어지는 브랜드 가치"라며 "뷰티·헬스케어 등 한국 브랜드가 높게 평가받는 부문에서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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