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 달 일찍 다가온 낙동강 녹조…무더위 속 올여름 ‘녹조 대란’ 예고

김현수 기자 2023. 6.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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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낙동강 지천 응암천에서 지난 19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플라스틱 통에 담은 녹조를 떨어트리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일 낙동강 중류 구간 대부분에서 7~8월은 되어야 보이는 걸쭉한 녹조, 이른바 ‘녹조라테’가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를 따라 벌써부터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여름 유례없는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녹조대란이 다시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낙동강 지천 응암천. 물가를 향해 몇 걸음 옮기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녹조 찌꺼기가 부패할 때 심한 악취가 난다”며 녹조생물 사채로 추정되는 뿌연 덩어리를 손에 쥐어 보이며 말했다.

같은 날 대구 낙동강레포츠밸리 낙동강 본류도 짙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강 한가운데 녹색띠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이 지난해 8월 이곳의 물과 토양을 분석한 결과 녹조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ℓ당 388㎍이 나왔다. 미국환경보호청의 물놀이 기준보다 48.5배 높은 수치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6600배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스시틴의 농도가 1ℓ당 8㎍이면 물과의 접촉을 전면 금지한다. 국내에는 녹조 농도에 따라 수상 활동을 금지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정 국장은 지난 17일에는 낙동강 중류 구간 대부분에서 7~8월쯤에나 보이는 걸쭉한 녹조, 이른바 ‘녹조라테’도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달 24일 경남 합천창녕보 상류와 창녕함안보 상류 등에서 올해 첫 녹조띠를 관측했다. 이는 지난해 첫 녹조 관측시기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 낙동강 중류에서 지난 17일 걸쭉한 형태의 녹조인 이른바 ‘녹조라테’가 관측된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는 낙동강 일대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녹조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현재 낙동강 칠서지점과 물금·매리지점 2곳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유해 남조류가 2주 연속 1㎖당 1000개를 넘으면 ‘관심’, 1만개 이상이면 ‘경계’, 100만개를 넘어서면 ‘대발생’ 경보가 발령된다.

물금매리 지점은 지난 12일 유해 남조류가 1㎖당 16만4455개로 측정됐다. 지난해 6월13일(4만5415개)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칠서지점도 1㎖당 남조류가 3만3499개로 지난해 보다(7795개)보다 4배 넘게 늘었다.

환경단체는 퇴비 관리 등 비점오염원에 치중한 정부의 녹조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은 “환경부가 녹조를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며 “4대강 수문 개방이 최고의 녹조 치료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 낙동강 물 위를 녹조가 덮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부는 지난 1일 녹조 관련 종합관리대책을 수립·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녹조 예방 차원에서 오염원의 하천 유입을 막기 위해 야적 퇴비를 수거하는 등의 조치와 녹조를 제거하는 에코로봇을 기존 4대에서 24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에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녹조의 근본 원인인 보에 대해서는 운영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원론적인 계획만 내놨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녹조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녹조 문제가 심각해지면 낙동강의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영남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문 개방을 통한 자연성 회복이 최고의 녹조 치료제라며 낙동강 보 개방을 거듭 촉구했다.

정 국장은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는 국가가 만든 위험”이라며 “수문 개방 말고는 창궐하는 녹조를 막을 수가 없다. 이는 금강과 영산강에서 이미 입증된 진실”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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