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서 감태가 사라지고 있다

송복규 기자 2023. 6.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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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도 해역이 뜨거워지면서 감태와 톳, 미역이 우거졌던 바닷속은 아열대성 산호의 차지가 되고 있다.

이 기간 제주도 주변 바다의 평균 겨울철 수온은 섭씨 2도나 상승했다.

특히 제주도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조류인 감태는 수온이 섭씨 15~16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라지 못하는데, 겨울철 수온이 18~20도로 유지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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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난 40년간 겨울철 수온 평균 섭씨 2도 상승
감태·톳·미역 해조류 대신 산호 많아져… “전복·소라 등 어패류도 사라진다”
해양과기원, 제주형 연안 환경 감시 플랫폼 구축
제주도 바다에서 발견되는 감태./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도 해역이 뜨거워지면서 감태와 톳, 미역이 우거졌던 바닷속은 아열대성 산호의 차지가 되고 있다.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 어패류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열대·아열대연구센터에 따르면 겨울철 섭씨 18~20도 등온선이 1980년 이후 40년에 걸쳐서 50~100㎞ 북상했다. 이 등온선은 1980년대만 해도 동중국해와 일본 규슈 연안에 걸쳐 있었는데, 최근엔 제주도까지 올라와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 기간 제주도 주변 바다의 평균 겨울철 수온은 섭씨 2도나 상승했다.

겨울철 수온 상승은 해조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주도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조류인 감태는 수온이 섭씨 15~16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라지 못하는데, 겨울철 수온이 18~20도로 유지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실제로 제주도에서 생산되거나 수확되는 해조류의 양도 줄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감태를 포함한 톳, 미역 등 연안 해조류 생산량은 2020년 기준 15t에 불과했다. 2000년(4204t)보다 28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감태의 경우 보호종으로 지정돼 해풍으로 떠밀려온 것만 채취할 수 있다. 남획도 없는데 수온 상승만으로 감태가 제주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셈이다.

해조류가 사라진 바다의 바닥은 아열대성 산호가 자리 잡았다. 수온 상승으로 탄산칼륨이 해저 바닥과 바위에 하얗게 달라붙는 갯녹음 현상이 일어난다. 감태는 해저에 포자를 뿌려 개체를 늘리지만, 포자가 탄산염에 취약한 탓에 갯녹음 현상이 일어나면 번식을 못 한다. 해조류가 사라진 자리에는 탄산염 덩어리인 산호만 남게 된다.

열대지방의 바다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산호는 이제 제주 연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주로 발견되던 ‘빛단풍돌산호’는 제주도 남쪽 해역까지, 대만에서 주로 보이던 ‘거품돌산호’는 제주도 북쪽 해역까지 북방한계선이 올라갔다.

그래픽=손민균

감태 대신 산호가 제주 해저 바닥을 지배하면서 먹이사슬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전복과 소라 같은 어패류가 감태를 먹고 자라는 만큼 전복과 소라까지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바다에 잠수해 어패류를 채취하는 해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손영백 해양과기원 열대·아열대센터장은 “산호는 수온에 따라 특유한 서식 패턴을 보이는데, 산호 서식지가 수온 상승에 따라 점점 북상하고 있다”며 “감태 서식지 감소는 전복과 소라 등 어패류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의 상징인 해녀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는 제주 연안에 수온 상승으로 환경 교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 감시·연구를 진행한다. 열대·아열대연구센터는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에 구축된 태평양해양과학기지와 연계해 열대 유입 생물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또 2030년까지 정부와 지자체, 학계를 연결해 공공 해양자료와 연안 환경 관리체계를 한눈에 확인하는 ‘제주형 연안 환경 감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흥식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장은 “해조 숲 사업 등으로 전복과 소라 서식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특히 수중 드론을 활용해 산호초의 변화를 세세하게 감시하면서 실시간 분석과 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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