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못 내준 보증금…DSR 완화 '임시방편' 통할까

김서온 2023. 6. 21. 05: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향후 1년간 전국서 전세 만기 도래하는 전세금 300조 상회
전세 수요 줄고, 전셋값 하락에 전세금 미반환 위험성 ↑
"문제는 역전세 대응 못 하는 매물에 새 임차인 들어가는 것"
"세입자는 임대인의 상환 능력 살피는 등의 꼼꼼한 대비 필요"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최근 전셋값이 보합인 점을 고려할 때 역전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증금 차액에 대해 다음 계약 기간 때까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은 역전세 때문이다. 계약갱신이나 신규 계약 등의 상황에서 집주인이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장의 왜곡을 막고 서민의 피해를 막는 길이라는 얘기다.

사실 향후 1년간 전국에서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300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이대로 방치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기도 하다.

2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하반기(7~12월) 계약이 끝나는 전국 주택 전세보증금 총액은 149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상반기 만료 예정인 전세보증금 총액은 153조900억원이다. 즉, 향후 1년간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금이 무려 302조1천70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주택 유형별로 아파트 전세금이 228조3천800억원(75.6%)으로 가장 많다. 이어 연립·다세대 33조4천200억원(11.1%), 단독·다가구 22조8천100억원(7.5%), 오피스텔 17조5천600억원(5.8%)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올해 1~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갚은 전세보증금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앞으로도 계속 역전세난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집주인을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를 한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전셋값이 보합인 점을 고려할 때 역전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보증금 차액에 대해 다음 계약 기간 때까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길어야 1년 정도 운용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전세 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로 대출을 신청하는 때에만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에게 DSR을 완화해주는 방안은 기간을 정해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그 빚을 떠안으면서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어 단순 응급처치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인 전세시장의 문제를 잡아나가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증금 미반환 집주인의 DSR 한시적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향후에도 전세시장 리스크가 이어질 거라는 정부의 판단이 있었다는 것"며 "'한시적 운용'은 사실상 당장 위기를 넘기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라고 했다.

이어 "현 전세시장 문제의 본질은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역전세에 대응 못 하는 임대인에게 새로운 임차인이 또 들어온다는 것"이라며 "그간 전세대출은 늘고, 전셋값은 오르면서 위험 가구가 많아졌고, 동시에 부실한 임대인을 양산했다. 정책적으로도 대출로 키워온 전세시장 내 임대인에게 다시 대출해준다는 것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1년간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총액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세거래보증금 거래총액은 감소하고, 전셋값도 하락하는 상황을 비추어볼 때 향후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약종료 전세보증금이 아직 최대 수준이 아닌 올 상반기 상황에서도 보증금 미반환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며 "300조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이 1년간 일시에 모두 반환되지는 않겠지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보증금 계약만료가 예상돼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