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재정화 시험’ 단 한번뿐…문제 삼지 않는 한국
‘실전 가동’ 성능 입증 안 돼
시찰단은 “검토 중” 입장만
방사능 기준치를 넘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필터로 여러 번 걸러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일본이 정작 이 같은 ‘재정화’ 작업은 2020년 극소량에 한해 단 한 차례만 실시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오염수 정보공개 웹사이트 영문판인 ‘트리티드 워터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자료를 보면 도쿄전력은 2020년 9월 재정화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도쿄전력은 방사능이 기준치보다 각각 2406배, 387배인 오염수를 각 1000t씩 채취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 대형 탱크 1000여기를 지어 오염수 133만t을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인 약 90만t이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인데, 그 450분의 1에 불과한 분량만 시험한 것이다.
재정화 작업 결과 기준치보다 방사능이 2406배 높았던 오염수는 기준치의 0.35배로, 387배 높았던 오염수는 0.22배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 참석한 신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은 “2020년 재정화 사례에 관해서는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시찰단이 관련 활동을 하며 확인했다”면서 “전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정화 능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2020년 시험 가동은 재정화를 위한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봐야 한다”며 “수십만t 오염수를 장기간 재정화하는 ‘실전 가동’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재정화 능력을 믿을 수 있으려면 ‘특정 농도의 오염수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선 필터를 몇 개 써서 돌려야 한다’는 식의 운전 성능을 입증하는 자료가 도쿄전력에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이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재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비용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진호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연구교수는 “재정화를 하게 되면 처리를 끝낸 오염수를 담아놓을 탱크와 부지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여기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가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오염수 저장 비용은 1000억엔(약 9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입장에서는 오염수를 빨리 바다에 내보내는 게 이 비용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셈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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