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류 앞두고 ‘천일염’ 사재기...방류 반대 전문가도 “서해·남해 소금 안심하라”

장윤서 기자 2023. 6.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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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잦은 비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부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12일 경기 화성시 공생염전 소금창고의 모습./뉴스1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에선 소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형마트에선 소금이 진열되는 대로 품절되고 일각에선 공급 부족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대 천일염 산지인 전남 신안에서도 염전 소금 창고 중 빈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간에 번진 ‘천일염 공포’는 낭설(浪說)에 가깝다고 강조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오염된 소금을 먹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천일염 품귀 현상은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도 있었다. 바다로 쏟아진 방사능에 노출된 천일염을 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지금까지 286회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는데, 한 번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이후에도 우리 식탁에 재료로 쓰이는 천일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말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한반도 연안에서 나는 소금이 오염될까.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의 풍문을 두고 “과학적이지 않은 괴담성 정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바닷물에서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은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데, 삼중수소는 오염수에 가장 많이 포함된 방사성 핵종인 삼중수소도 물의 상태라 증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중수소 이외에 다른 세슘·스트론튬 등 방사성핵종이 포함됐다고 가정해도 오염물질의 농도 특성상 불순물이 결정체를 만들지 못한다. 천일염 생산 과정에서 미량의 방사성 핵종이 불순물로 있다고 하더라도 농도가 낮아 실제 우리가 먹는 소금처럼 결정체(고체)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두어부회와 도두 어촌계 해녀들이 22일 오전 제주시 도두항을 출항해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는 “바닷물 소금 농도를 2~3%라고 가정하면 이를 농축해서 30%(소금 용해도 30%)가 되면 소금 결정체가 만들어지는데 불순물이 0.0002% 있다고 가정해도 극소량이어서 결정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천일염과 같은 소금을 정제할 때에는 주로 이들 마그네슘 염류와 칼슘 염류를 제거하는 동시에 흙·유기물, 불순물을 제거하고 여과하는 재결정 과정을 거친다”며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유입됐다고 가정해도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사성 핵종 물질은 고체가 되지 못하고 걸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해역에도 극미량에 삼중수소 등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지만 식탁에 올라오는 소금에는 악영향이 전혀 없다”며 “과학적으로 천일염에서 방사성 핵종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인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애서 천일염은 남해안과 서해안을 중심으로 생산된다. 충남 태안반도 일대의 생산량이 서해안 전체 생산량의 83%를 차지할 정도다. 일본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해온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본 오염수는 주로 동해와 제주 일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염전의 경우는 대부분 서해와 남해안 등에서 생산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 교수는 “바닷물 증발 이후 소금에 (거의 확률이 적지만) 세슘 등이 흡착될 확률은 미세하게 있을 수 있다”며 “제주나 동해 지역의 경우엔 소금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앞으로 가뭄으로 지하수량이 줄어 오염수 탱크가 앞으로 1년 정도 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공조해 방사선을 먹고 사는 원시동물을 풀거나 인공호수에 넣어 관리하는 등 여러 대책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오염수가 국내 해역까지 도달하는데 최소 5년 넘게 걸린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방출된 오염수 중 삼중수소는 4∼5년 후부터 우리 바다로 유입돼 10년 후 우리 바다의 평상시 삼중수소 농도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인 세제곱미터당 0.001베크렐(Bq/㎥)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송 차관은 “우리 천일염은 지금도 안전하고, 앞으로도 안전하다”며 “최근 천일염 품귀와 소금가격 인상은 4~5월 기상 여건으로 생산량이 줄어 생긴 문제가 근본 원인이며 6~7월 생산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생선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 물질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 먹거리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면서 “정부가 원전수 이슈를 배출 관점’이 아닌 환경과 먹거리 문제로 바라보고 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굵은 소금(5kg) 소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1만3406원으로 1년 전(1만1188원)보다 19.8% 올랐다. 평년(7901원)과 비교하면 69.7% 높은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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