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여당 대표 연설···방청 온 초등학생 “너무 시끄러워”[현장에서]

이두리·문광호 기자 2023. 6. 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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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과연 문재인 정권에서 정치라는 게 있긴 있었습니까? 제 마음대로였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가득 채워졌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을 11번, ‘야당’은 9번, ‘(이재명) 대표’는 5번 언급했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을 언급한 횟수(10번)는 현 대통령 ‘윤석열’ 언급 횟수(7번)보다 많았다. 김 대표는 연설 도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의 반발과 여당 의원들의 야유가 뒤섞여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김 대표는 이날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격앙된 어조와 몸짓으로 50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제 마음대로였죠!” “이게 외교입니까, 이게?”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볼까요? 국민연금 손도 안 댔습니다. 계속해서 폭탄 돌리기만 했습니다. 사실이잖아요!” 등 기존 원고에 없던 즉석 발언으로 민주당을 자극했다.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 의원들끼리 설전을 벌이느라 김 대표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청중의 고성을 뚫고 발언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는 연설이 진행될수록 쉬어 갔다.

김 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여야 의원들은 원색적인 비난으로 서로를 공격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김 대표를 향해 “울산 땅! 땅 대표!”라고 외치자 한 여당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야, 정청래! 너 뭐야, 인마! 조용히 해, 미친놈이네”하고 비난을 퍼부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김 대표의 연설에 항의하자 여당 의석에서 “양이원영 너, 너무 시끄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가 “윤석열 정부 들어 ‘건폭’이 멈췄습니다”라고 말하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건폭이라고 하지 말라고! 사람이 죽었습니다!”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김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 주장에 대해 “제2의 광우병 괴담 기획이 시작됐습니다”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본 대변인!”이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을 최우선으로 지킬 것”이라는 발언에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김 대표는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매섭게 꾸짖어 달라”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목이 쉬었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야유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아픈 곳을 콕 찔렀으니 많이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북 울진에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이 방청석에 앉아 김 대표의 연설을 지켜봤다. 여야 의원 간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그들에게 전해졌다. 한 초등학생은 연설이 끝난 뒤 “(시끄러워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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