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허위 사실’ 인정됐어도 가세연 무죄, 황희석 벌금형… 왜?

장혜진 2023. 6. 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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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빨간색 포르쉐 자동차를 탄다.” (강용석 변호사 등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으로 거래내역을 다 열어봤다.”(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최근 1심 재판에서 나란히 ‘허위사실’로 인정된 발언들이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은 엇갈렸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 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20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강 변호사 등은 2019년 8월 유튜브에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 사진을 공개하며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민씨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빨간색 포르쉐’는 다른 사람의 차량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빨간색 포르쉐를 운행한 사실이 없음을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을 했더라도, 의혹 내용이 조 전 장관과 관련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발언이 조 전 장관의 청렴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조민씨를 공격하는 표현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공적 관심사에 관해서는 비판과 의혹 제기가 감수돼야 한다”며 “(강 변호사 등의) 발언과 표현이 허위에 해당한다 해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에게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신서원 판사는 지난 2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황 전 최고위원에게 “피해자의 사회적 성과를 매우 저하시키는,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라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황 전 최고위원은 2021년 11월 TBS 유튜브 채널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이른바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한 장관은 전국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나 유 전 이사장의 계좌를 추적한 적이 없다며 2021년 12월 황 전 최고위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황 전 최고위원은 재판에서 “발언 내용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었고,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으며 비방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판사는 황 전 최고위원이 해당 발언을 하는 과정에 ‘허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악의적인 비방 목적‘도 있다고 판단했다. 신 판사는 “해당 발언 내용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한 장관이) 계좌 거래내역을 들여다봤다는 부분에 대해 단정적 표현을 하거나 당연한 전제 사실인 듯 말하기도 했다”며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의혹 제기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이미 유시민 작가가 해당 의혹을 제기해 검찰과 한 장관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유 작가도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고 사실이 아니라는 사과문을 게시한 적이 있다”며 황 전 최고위원에게 허위 인식이 있었다고 봤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에서 노무현재단 계좌추적 의혹을 제기했다가 지난해 6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황 전 최고위원 발언 전인 2021년 1월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자신이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 재판에서의 ‘위법성’은 엄격한 증명력을 요하는 형사 재판에서보다 넓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형사 재판에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민사에서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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