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조 우크라 재건사업?…'급등→하락' 개미들 또 몰려간 곳
14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전쟁후 재건 사업이 시동을 걸며 건설과 기계 등 국내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널뛰기다. 해외 건설 수요가 증가할 거란 기대감은 크지만 아직은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성에 그친다는 점에서 섣부른 추격 매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20일 오전 11시30분 기준 플랜트 설비 업체 스페코는 전일 대비 625원(13.81%) 오른 515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중 한때 상한가(30%)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전일 대비 2700원(3.7%) 상승한 7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약 3%대 강세다. 전날 10% 급등한 현대로템은 이날 역시 2%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부토건은 전날 상한가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4%대 하락 중이다. 알비케이그룹은 지난 15일 15% 상승,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2%대 상승이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의 수혜주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재건 사업에 대한 전망들이 나오며 관련주들이 주목을 받았다.
오는 21일(현지시간) 영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런던 컨퍼런스'를 앞두고 기대감은 더 커진다. 이날 회의에서 전후 재건 사업의 밑그림이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정부 주요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면서 주가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의 쉬쿠라코프 바실리 제1차관이 울산캠퍼스 공장을 방문한 게 호재가 됐다. 국토교통부 주관 제50차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HD현대건설기계 외에도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등 주요 생산시설을 둘러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전후 재건 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수주 증가 기대감도 커진다.
삼부토건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이르핀시와 전후 재건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줄곧 주가는 급등 중이다. 업무협약이 체결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부터 재건 테마주로 언급되면서 최근 한달 간 주가는 270% 급등했다.
통신장비업체 알비케이그룹은 우크라이나 통신망 재건 기대감이 작용한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주요 통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통신망 복구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알비케이그룹이 최근 우크라이나 통신 장비·서비스 공급업체인 DEPS를 통해 재건 사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스페코는 플랜트 설비 사업 경쟁력이 부각된다. 스페코에 따르면 과거 세계 플랜트 시장을 선점했던 유럽 업체들은 현재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점차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발전설비 건설에 한국 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국내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필요한 구체적인 비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IB(투자은행)업계에선 최소 500조원에서 1400조원 이상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지난 3월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4110억달러(528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베르너 호이어 유럽투자은행 총재는 지난해 6월 복구 비용으로 1조유로(1400조원)의 외부 원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이라크 전쟁 이후 재건 사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들의 수혜 정도를 어느정도 가능할 수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이라크 전쟁이 종식된 2011년말까지 대 이라크 굴삭기 수출액은 연평균 117만달러 정도였지만 전후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연평균 533만달러로 4.5배 증가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라크와 우크라이나는 GDP(국내총생산), 인구수, 정부 재정지출 등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며 "이라크 사례를 우크라이나에 적용하면 2012~2022년까지 연평균 873만달러였던 수출이 3930만 달러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해외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건설업계에선 제2의 이라크 건설붐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해외건설 수주는 매년 600억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 중에는 이라크 신도시 건설과 각종 재건 사업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건설경기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주 공세에 수주액이 점차 감소하면서 현재는 매년 3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투자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 연구원은 "바그다드는 미국의 공습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키이우의 피해는 제한적이었다"며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 굴삭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 평균 0.5%로 미미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수주가 나오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재건은 아직 논의만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미리 수혜 기업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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