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시진핑 주석과도 만나…양국 관계 "안정화"에 합의

2023. 6.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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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은 미국의 이익 존중, 미국도 중국 이익 존중해야"…대만 문제 언급한 듯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자는 데 합의했다. 시 주석은 양국의 올바른 공존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베이징에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남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세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중미 관계를 필요로 하며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달려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현재 국제사회는 일반적으로 중미 관계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양국이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미 사이에서 편을 드는 것을 꺼리고, 중미가 평화 공존과 우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대국들의 경쟁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도전하고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쪽도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만들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상대방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항상 중미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되기를 바라며 두 강대국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협력하고 윈-윈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중국과 마주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19일(현지시각)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가운뎨) 중국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시진핑 왼쪽 첫번째) 미 국무장관과 만남을 가졌다. ⓒUPI=연합뉴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책임과 의무를 갖고 양자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신냉전'과 중국 제도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 중국과 고위급 교류 및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며, 이견을 책임감 있게 통제하고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모색한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면담 이후 베이징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대화에서 몇 가지 핵심 문제에 대해 "진전"을 이뤘고 관계 "안정화"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양국 관계 개선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CNN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미중) 사이의 모든 문제에서 (합의에) 성공하지는 못하겠지만, 진전을 이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한 번의 방문과 대화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건 (그렇게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고위급 의사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의견 차이가 있는 분야에서 우리의 입장과 의도를 분명히 하고, 우리의 이익에 대해 함께 협력하고, 다국적 공동 과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며 이러한 것들을 중국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잠재적 대립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많은 다른 나라들에게 '디리스킹'(De-risking)과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해 중국을 배제하는 기존의 디커플링과 '위험 회피'로서 지난 5월 G7 정상회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된 디리스킹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주요 현안 중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뿐만 아니라 대만 해협에서의 (중국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미국의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혹과 관련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게 러시아에 원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며 "우리는 그와 모순되는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격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중국 기업들"이라며 "우리는 중국 정부에 이에 대해 매우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 19일(현지시각)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약 30분 정도 시 주석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이날 오전 약 3시간 만남을 가진 중국 외교 분야 핵심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배석했다. 또 전날인 18일 만찬까지 포함해 약 8시간 회담을 가진 친강(秦刚)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도 모습을 보였다.

양국이 이번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구체적 현안에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자는 것과 함께 지속적 소통 의지를 확인함에 따라 이후 친강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 및 양국 정상회담 등이 실제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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